나이와 습관을 외운 뒤 처음으로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좋아하는 목소리로.

용서를 비는 목소리로.

 

일용품들의 효과를 묻지 않고 생활을 했다.

처음 보는 면도날을 목에 대고 움직였다.

개에 대해서 상상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고

단단한 치아가 조금씩 어긋나고

바지가 몸에 안 맞고

그래도

 

정기적으로 근무를 했다.

낯선 동작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거울을 보았다.

왼쪽 귀는 오른쪽 귀

뒷모습은 어디로 갔나?

손톱이 무섭게 자랐네.

 

저녁에는 애완견이 자꾸 죽어서 묻어주었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운동장을 달렸다.

전속력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느려졌다.

틀니를 뺐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나는 잠이 들었다.

목에서 피가 흘렀다.

이 모든 것을 동행이라 부르고 싶었다.

 

▶세계는 낯선 그 무엇으로 다가온다. 삶 속에서 대면하게 되는 모든 것들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으로 떠오른다. 삶은 “단단한 치아가 조금씩 어긋나”듯 “바지가 몸에 안 맞고” 불편해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발에 맞지도 않는 신발을 신고 운동장을 달려야만 하는 것. 뒷모습도 없이 앞모습으로만, 뒤 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야만 하는. 그 사이 “손톱이 무섭게 자라”나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잠이 들기도 하며 삶은 계속된다. 삶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에 시인은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몸으로 끌어안는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동행'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권경아 문학평론가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