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한 지방정부' 2020년 정점
'수원 특례시' 첫 발걸음 내디뎌
위상 걸맞게 권한 확보 위해 노력

신축년 시정화두는 '안민제생'
침체한 지역경제 살리고
감염병 대응팀 신설 맞춤의료 제공
사람 중심 휴먼시티 머지않아
▲ 염태영 수원시장(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올해 시정화두로 시민 안전과 활기찬 경제를 뜻하는 뜻하는 ‘안민제생(安民濟生)’을 꼽았다. /사진제공=수원시

“위대한 시민이 위대한 수원시라는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라면, 올해 우리는 어두운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 최대 기초자치단체장, 염태영 수원시장의 신년사는 올해도 '시민'으로 운을 뗐다.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지방정부'를 꿈꿨던 그의 발자취는 2020년 정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시민 알 권리를 기반으로 가장 빠르게 대처한 지역이며, 서로를 보듬는 뛰어난 시민의식을 자랑했다. 이런 수원시는 '대한민국 특례시'로 위상을 높이게 됐다. 염 시장은 2021년 시민의 안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당 내 최고위원의 자리에서 지방과 중앙을 연결하며 훌륭한 정책을 발굴하는 제2의 역할도 더욱 활발해진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

“지난 10년간 수원시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아니면 불가능했습니다.”

11년 전 임기를 출발한 염태영 시장은 시정 전반에 시민을 포함했고, 관련 정책 개발에 힘을 쏟았다. '집단지성'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바꾼 슬로건도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

정책 및 사업에 있어 시민들이 직접 제안해 찬·반이나 실효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한데, 온라인과 현장에서 토론회를 여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최근 조성에 들어간 '수원수목원'은 설계단계에서부터 토론회·소통박스(의견 수렴함) 등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받았고, 1040건에 달하는 의견을 모았다. 의견은 반영했다.

주민이 추천한 공직자를 동장으로 임명하는 '동장주민추천제' 또한 지난해 1월과 12월 각각 정자1동·세류2동·매탄1동장, 송죽동·평동·인계동·매탄2동에서 도입됐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월22일, 염 시장은 '수원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1보'라는 제목의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며 시의 대책을 낱낱이 공개했다.

지금은 즐비한 도내 지방자치단체장 'SNS 안내'의 첫 시작이었고, 보건소 등으로 구성된 대책반도 수원시가 지역 중 제일 빠르게 시작했다. 시민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

염 시장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나 혼자 힘보다 훨씬 강력한 공동체의 시너지를 통해 위기를 이겨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과거 감염병 사태와 달리 지자체를 신뢰했으며, 도움을 보태기도 했다.

민간자율참여 방역반은 다중이용시설·취약지역·복지시설 등을 방역했고, 확진자 접촉자 임시생활시설이 있는 서둔동 주민들은 수원시가 시설을 사용하기 전 양해를 구하자 “어려움을 함께 나누겠다”고 선뜻 협조했다.

행궁동 주민들은 수원호스텔에 머무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의료진들에게 꾸준히 간식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위기 시 민·관이 보여준 협치 사례로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염 시장은 “좋은시정위원회, 시민배심원제, 만민광장 등 수원시가 민주주의를 위해 실험한 것들이 실제 많은 성과를 낳았다”며 “시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녹일 창구를 지속해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코로나19에 따라 온라인 시민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 실제 2021년 지역주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을 공동체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마을공동체 공모사업'도 온라인 설명회 등 방법으로 전환됐다.

 

# 특례시를 만들다

수원시는 인구 120만명에 달하는 대도시이지만, 기초단체라는 한계로 행정·재정·사무 등 권한이 부족, 시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예로 민원만 해도 공무원 1인당 8000여명 수준을 감당하면서 업무가 포화 상태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원시는 '수원 특례시'라는 별도 명칭을 부여받게 됐다.

그러나 광역·기초를 잇는 공식 자치단체 종류로 아직 인정되지 않았고, 특례시가 갖는 행·재정적 권한도 불명확하다. 이에 염태영 시장이 세운 올해 과제에 '특례시 갖추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염 시장은 “특례시가 됐다고 저절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한 확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 관련 차별적 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자치행정권·행정·복지 서비스 향상, 권한 이양 등 특례 권한 확보에 중점을 두고 도시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덧붙였다.

염 시장이 말하는 '시민이 만드는 특례시'는 시민이 특례시를 쉽게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과 학계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학술대회, 세미나 등도 예정하고 있다.

염 시장은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발굴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다”며 “시를 포함한 100만 이상 특례시 대도시(창원·고양·용인)와 '공동기획단'을 꾸려 권한 및 책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2021년 수원시는 안전과 경제

염태영 시장은 올해 시정화두를 '안민제생(安民濟生)'으로 꼽았다. 그는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활기찬 경제를 만들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염 시장은 “올해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위기의 극복 여부에 달려있다. 확산세를 조기에 잡지 못하면 어떤 경제정책도 펼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몇 가지 약속을 내놨다.

우선 수원시 4개 보건소에 '감염병 대응팀'과 동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각각 신설해 현장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방연마스크 지원, 팔달경찰서 신축사업,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지능형 교통체계 연계 등으로 시민들의 안전도를 높인다.

'수원 소셜 밸리'도 조성한다. 창업 보육 인프라 구축과 공동판매장 설치로 공동의 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수원페이' 기부기능 및 모바일 결제 시스템 도입, 소상공인 온라인 마케팅 지원, 스마트 전통시장 사업으로 상권을 돕는다.

무주택 다자녀 가구에 무상으로 지원하는 임대주택인 '다자녀가구 수원휴먼주택'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30에서 35세대까지 공급한다.

이 밖에 ▲방과 후 돌봄을 위한 '다함께 돌봄센터' 6개소와 국공립 어린이집 9개소 확충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보행 로드맵 제작 ▲수원시 사회복지타운 건립 ▲수인선 개통 등 철도중심지 및 스마트도시사업 관련 조직 구상 ▲그린뉴딜 사업 등을 제시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

염태영 시장은 수원시 최초 3선 시장이다. 1년 반 정도 임기가 시장으로서 마지막 시간이다. 지난해 최초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도 당선된 상황. 염 시장의 추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주어진 과제를 최선을 다해 풀어내는 것에만 주력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리고 시민에게 평가받겠다.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따라 행보가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염 시장은 어떤 행보도 예고하지 않았다. 올해도 열심히 일 할 뿐이다. 설계한 시정을 펼치는 일에 더해 수원시가 쏘아 올렸지만, 안타깝게 이루지 못한 사업도 챙겨야 한다.

대표적인 게 '트램(노면전차) 사업'이다. 애초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였으나, 염 시장 민선 5기 당선 이후 수원시가 연구·조사·토론 등 다방면으로 가능성을 타진했다.

수원시의 움직임에 전국적으로 트램의 필요성이 떠올랐고, 도시철도법·철도안전법·도로교통법 등 트램 운행에 필요한 일명 '트램3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2019년 1월 정부 공모에서 1차 평가 통과 뒤 최종 심의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잠시 주춤해졌다. 당시 타당성을 갖췄음에도 기초단체라는 이유로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염 시장은 “코로나19 국면까지 겹쳐 상황이 어렵지만, 사업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2022년 8월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일한다. 민주당 혁신과 지방의 문제, 민생의 문제, 현장의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끝으로 “시정의 중심에 늘 자랑스러운 시민이 있었다”며 “요즘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을 함께 만들어갑시다'로 시작하는 11년 전 취임사를 종종 꺼내 읽어보곤 한다. 남은 임기도 시민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