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 견인하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신설
비정규직 노동자 역차별 관행 변화 이끌어

택배 노동자 지원센터·이동 쉼터 마련 등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에 첫발 뗀데 이어
도·시군 비정규직 91% 정규직 전환도

올해 비정규직 대상 '공정수당' 도입
배달업 노동자 산재보험료 지급 등 추진

행정이 바뀌고 있다. 일률적이던 행정조직이 도내 지방정부의 정책에 맞춰 바꾸고,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행정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내 지방정부마다 시·군 특색 사업에 맞춰 조직을 신설하면서 앞선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 시·군들이 신설하고 있는 특색조직들을 소개한다.

2019년 7월 경기도엔 새 조직이 생겼다. 노동국.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만든 부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며 불공정한 노동 현장에 발사한 첫 번째 화살이었다.

1년 뒤. 이 화살은 제대로 적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역차별 관행을 관통했다. 또 경비·청소 노동자를 괴롭힌 갑질 문화를 뚫었다.현실에서 자신을 '을'로 여기던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말뿐인 연대가 아니었다. 노동국은 경기지역 노동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경비 노동자를, 청소 노동자를, 택배 노동자를 끊임없이 만났다. 그리고 노동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노동자 이동 쉼터와 경기 중부 아파트 노동자 협회 창립. 노동 권익 서포터즈와 택배 노동자 전담 지원센터까지. 노동국이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 도내 취약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노동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신설된 노동국이 1년 6개월 만에 각종 노동현장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학 현장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협약식, 노동권익 서포터즈 협약식, 안전모 착용 의무화 캠페인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 도내 취약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노동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신설된 노동국이 1년 6개월 만에 각종 노동현장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학 현장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협약식, 노동권익 서포터즈 협약식, 안전모 착용 의무화 캠페인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불공정함을 뚫다

노동국이 이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성과는 놀랄만하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의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간제 3503명·파견 용역 1489명 등 총 5517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4992명(91%)이 정규직이 됐다. 이 중에서도 도 공공 부문 노동자 577명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수원·성남시 등 16개 시·군은 아예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를 정규직으로 바꿨다.

또 지난해 10월엔 루터대학교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도 이끌었다. 대학교 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컨설팅 지원 사업으로 청소 노동자 6명이 비정규직의 설움을 털어냈다. 특히 취약 노동자 스스로 뭉쳐 권리를 대변하는 경기 중부 아파트 노동자 협회 창립은 노동국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노동국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동 노동자를 위한 무더위·강추위 쉼터도 만들었다. 여기에 장시간 노동, 불공정 계약, 산업재해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를 지원하는 전담 지원센터도 설치했다.

노동국은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갑질 문화 개선에도 힘썼다. 경비 노동자 갑질 피해 지원센터를 운영해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입은 피해 보상을 추진했다. 실제로 얼굴에 웃음기가 없다는 이유로 퇴사 압박을 받거나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경비원들에게 공인노무사를 연계한 상담을 진행했다. 또 근로복지공단 병원 특진을 통해 심리 검사를 지원했다. 이들을 대신해 산재보험 신청 등 권리구제도 도왔다.

 

▲공정의 주춧돌을 쌓다

2021년. 노동국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다. 더 공정한 세상, 노동자가 존중받는 경기도를 만든다. 노동국이 올해 새롭게 당긴 활시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정수당 도입이다.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크다. 노동국은 이 간극을 좁힌다.

우선 도와 산하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불안전성을 해소한다. 이를 위해 기간제 노동자 1792명에게 공정수당을 준다. 기본급의 5%∼10% 범위에서 차등 지급한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쉴 권리도 대폭 강화한다. 도내 120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휴게시설 개선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아파트 한 곳당 최대 500만원을 지원해 정수기, 에어컨 등 비품 마련과 도배와 장판 교체를 돕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급부상한 플랫폼 배달노동자 권리 보호도 추진한다. 노동국은 배달업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자 3월부터 산재 보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배달 라이더와 퀵서비스 노동자 2000명이다. 지금까지 이들이 부담하는 산재 보험료의 90%를 도가 부담하는 정책이다.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분기별로 산재보험 가입 사실을 확인해 지원할 예정이다.

노동국은 외국인 노동자 쉼터 환경개선에도 힘쓴다. 현재 도내 외국인 노동자 쉼터는 35곳이다. 14개 시·군에 있다. 하지만 이곳은 안전과 방역의 사각지대다. 노동국은 쉼터 20곳의 낡고 오래된 전기 시설을 정비한다. 여기에 소화기 등 안전시설도 보강한다. 장판과 벽지를 새로 바꾼다. 생활 공간도 고친다. 코로나19 예방에 쓸 소독제와 마스크 등 방역 물품도 지원한다.

노동국 관계자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여정은 지금부터다”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자까지 보호 받는 정책 발굴하겠다 ”

 

-김규식 도 노동국장

“얼마 전 공정하다는 착각이란 책을 읽었어요. 뒷부분에 마틴 루서 킹 목사 얘기가 나옵니다. 그는 '청소·경비 노동자의 인권이 존중받는 시대가 반드시 와야 한다'고 말했죠. 이게 바로 경기도 민선 7기 노동 정책의 핵심 철학이에요.”

김규식(사진) 노동국장은 강조한다. “노동의 가치와 본질은 뭘까요. 그건 사람이에요. 그리고 존엄성이죠.”

그는 이런 철학을 노동 현장에 반영해 불공정한 현실과 관행·제도를 바꾸고 있다. 이 중 하나가 플랫폼 노동 현실 개선이다. “플랫폼 노동자도 엄연한 노동자예요. 그런데도 노동자로 인식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노동권익 사각지대에 있어요. 우리 사회가 이들을 품고 함께 가야 합니다. 이 시대의 소명이자 담론이기도 하고요. 그런 뜻에서 만든 게 경기도 플랫폼 노동자 지원조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 현실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노동 분권이 중요해요. 노동 분야는 99%가 국가 사무인데, 이러다 보니 중앙-광역-기초 조직의 전달 체계 구축이 안 돼 있어요. 노동 정책은 현장에 녹아들어야 효과가 큰데 말이죠. 무엇보다 도내 대다수 시·군에 노동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가 생겨야 합니다. 좋은 정책을 경기도 전역에 확산하려면 말이죠.”

억강부약. 강한 것을 누르고 약한 것을 돕는다는 뜻이다. 노동자 권익을 향상하고 노동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경기도 노동 정책 발굴의 모토이기도 하다.

김규식 국장은 말한다. “노동 현장에서 헌신하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그리고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을 향해 걷겠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늘 고생하는 노동국 동료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냅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