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길거리를 전전하는 한 노숙인은 희망도 미래도 없다. 중증의 마약 중독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간다. 유일한 기술이자 먹거리는 버스킹 공연. 이런 그가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와 함께 공연하자,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이 이어진다. 용기를 얻은 그는 마약 중독을 벗어나 '제2의 인생'을 찾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소외당하던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핵심 내용이지만, 한편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한다. 사회복지사는 영화에서 조력자로 등장한다. 마약 치료는 물론, 수시로 조언해주며 그를 돕는다. 노숙인이 살아갈 복지주택도 힘써서 마련해준다.

기적의 배경에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 지원 제도가 있던 것이다. 한국도 약자 보호 차원에서 관련법 제정 등 기반을 세운 지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노숙인이 접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지난해 여름, 화성시 노숙인이 자신도 모르게 외딴 장소에 버려졌다. 수원시 노숙인 시설 근처다. 그는 노숙인이기 전에 화성에서 나고 자란 지역주민이기도 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동사무소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한 그를 공무원은 차에 태워 내리고 홀연히 떠났다. 심지어 수원시 시설에 알리지도 않았다.

노숙인은 뒤늦게 시설에서 긴급 주거 등 도움을 받았지만, 지역에서 쫓겨난 기분에 좌절했다. 제보를 받았고, 약 3개월간 취재한 바 있다. 원인은 간단했다. 지자체가 도와주기 어려워서다. 화성에도 시설이 있으나, 장애·질환 등 입소 기준이 있다. 길거리 노숙인의 자리는 없다는 의미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3개, 즉 41% 수준만 노숙인 시설 및 예산이 있다. 다양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종합지원센터' 보유 비율은 단 9%(수원·성남·의정부)다. 2019년 1~12월 수원시설에서 상담(최초 1회)받은 302명의 노숙인 사례를 분석한 결과, 85%(256명)가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지자체 부담에 대한 예산·인력 지원도 없다. 한쪽으로 계속 떠넘기니 업무는 점점 마비되고, 수용 능력 포화까지 우려된다. 현실이 완전 어둡지는 않다. 영화 같은 일이 주변에도 나타난다. 수원에서는 부모가 없고 장애를 앓는 등 불행에 수십 년 노숙을 이어가던 수많은 대상이 자립에 성공해왔다. 주거·의료·일자리 3개 종합지원이 그들에게 큰 힘이었다.

성공한 노숙인이 다른 노숙인을 돕겠다고 나서는 감동 스토리도 있다. 노숙인 문제는 국가적 위기와 같이 발생하는 등 개인사에 한정돼 있지 않다. 미국에는 코로나19 위기로 150만 가정이 노숙 위험에 빠졌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손 내밀어 주는 날이 오길 바란다.

/김현우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