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천 복원 세금 낼 수 있느냐…시민 55.5% “있다”

찬성 60.9%, 반대 38.6%. 지난해 9~11월 인천시가 용역사로 하여금 물은 '승기천 옛 물길 복원 사업'에 대한 시민(대상 220명)의 응답이다. 인천시는 다시 물었다. “콘크리트 뚜껑과 아스팔트 도로로 덮인 승기천의 옛 물길을 되찾으려면 8차로가 6차로로 줄어 교통체증 등의 수고가 따르는데 괜찮겠냐?” 주민들의 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승기천 옛 물길 복원에) 전적으로 동의'가 21.8%, '절대 반대'가 11.4%였다.

시는 주민들에게 또 질문했다. “승기천 옛 물길 복원 조성사업비와 유지관리비를 세금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있다(55.5%)'가 '없다(41.4%)'를 앞질렀다.

승기천 옛 물길 복원사업의 직접 영향권인 미추홀구 주안 2·3·4·7·8동 주민들(설문조사 대상 220명 중 182명)은 기꺼이 찬성 쪽에 섰다.

그들에게 교통체증이라는 당장의 실(失)에 맞닥뜨릴지언정 '내 집 근처 생태 하천'이라는 훗날의 득(得)을 읽은 것이다.

그들은 왜 승기천 옛 물길 복원사업에 박수를 보냈을까? 상실감과 박탈감에 짓눌린 옛터 사람들의 자괴적 분노의 표출이었다. 요트가 한가로이 떠다니는 워터프런트 논하는 신도시의 치장에 묻혀 발 한번 담글 냇가조차 가질 기회조차 막힌 원도심의 결핍에 대한 저항이었다.

제2수출공단과 기계공단을 배후에 뒀던 주안은 1960~70년대 산업화의 상징적 마을이었다. 인천의 주택보급률은 53∼57%를 넘지 못했던 1970년대 주안은 판잣집과 쪽방, 벌집이었을망정 낮은 임금 노동자들의 보금자리였다.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줄지어 들어선 다세대 주택가 사이로 1984년 6월 복개를 시작한 승기천 역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산업화의 상징이다. 5년 전부터 원래의 물길을 찾아보자는 논의가 있지 왔지만 쉽지 않다.

승기천 물길 복원 전문가 토론회가 허종식(동구·미추홀갑)국회의원,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인천일보 주체로 지난 27일 허 의원 지역사무실에서 '원도심과 승기천'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허 의원이 발제자로,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조강희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장, 최혜자 인천물과미래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인천일보는 승기천 물길 복원 타당성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담는다.

허=지난 20대 총선(2016년) 때 승기천 복원사업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건 사람으로서 당황스럽다. 지난해 11월 승기천 물길 복원 타당성 용역 조사보고서를 마친 뒤 여태껏 후속조치가 없다. 500억 원 이상 드는 승기천 복원사업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의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타당성 조사 의뢰는 여전히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소하천인 승기천 상류 복개구간 복원사업 추진 주체를 놓고 인천시와 미추홀구가 서로 떠밀고 있다. 소하천의 관리주체는 미추홀구다. 옛 농산물도매시장~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앞까지 자연형 하천으로 꾸민 승기천 하류는 지방하천으로 시가 관리하고 있다. 시와 구는 7:3, 8:2, 7.5:2.5 등 사업비 분담률을 따지며 입씨름 중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승기천 옛 물길 복원 사업을 되는 쪽 보다는 안 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900억~950억 원이 드는 물길 복원사업에 침수방지시설(654억원), 하수관거(167억원), 대체도로 개설(1천826억원)사업까지 끼워 넣다.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을 LIMAC 측이 옳다 거니하고 받아 줄 리 없다. 시가 LIMAC에 타당성 조사 의뢰를 못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길 복원으로 승기사거리 일대 침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주안 2, 4동은 변변한 주민 휴식공간이 없는 곳이다. 미추홀구는 도심에 물길이 없는 인천의 유일한 기초단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 까닭이다.

장=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부평1동 행정복지센터~국가하천 굴포천 기점까지 1.56㎞·사업비 국비 55억 원과 구·시비 581억 원 등 총 636억) 사업을 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이는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이었다. 부평구는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굴포천 옛 물길 복원사업의 비전을 내놨다. 주민들에게 복원했을 때의 그림을 제시하고, 바뀔 주변 환경을 보여줬다.

주차장 문제를 빼고는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이견을 보인 주민들이 없었다. 마찬가지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도 미추홀구가 적극 나서야 한다. 미추홀구 내부 먼저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의 중요성을 공감해야 한다. 학산문화원에서 나온 '승기천 복원' 관련 책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구가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고, 시는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 중심에는 원도심이라는 전제가 있다. 단지 복개구간 2㎞를 드러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과의 연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승기천을 하류를 잇는 2, 3단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정권의 부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 승기천 물길 복원을 예전에 구상했던 사업의 연장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 중립 선언을 했다. 중앙 정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지자체는 변화가 없다.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은 그린뉴딜과 통하는 사업이다. 도로 8차로를 6차로로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가 밑바탕에 깔린 사업이다.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지렛대로 작동할 수 있다. 도심 한복판 도로의 대기 오염도를 낮춰 인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업이다. 과거의 승기천을 복원한다는 관점보다는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으로 꼽아야 한다. 타당성 용역보고서에는 비용편익 분석에서 환경편익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길을 걸을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공기 질에 대한 편익 등이 나와 있지 않다. 용역에 대해선 미추홀구가 중심이 돼 다시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을 몇 년 전부터 논의해 왔지만 정확한 주체가 없었고 주민들도 큰 관심이 없어서다. 주민들과 살갑게 교류하고 의견을 담을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기초단체다. 대신 중앙 정부와 시가 복원사업의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

최= 여러 차례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 중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승기천 물길 복원을 부정하는 의견이 없었다. 승기천하천복원위원회의 현장 답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남춘 시장이 브리핑까지 한 승기천 물길 복원 사업 추진은 올해 들어 지워졌다. 서울 은평구는 복개된 녹번천을 뜯어낸다. 교통체증으로 따지자면 은평구가 심하면 심했지, 주안 2, 4동을 비롯한 미추홀구가 더 하지 않다고 본다. 인천시는 자꾸 물길 복원에 따른 차량정체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에 회의적이다. 복개된 용일사거리~승기사거리 도로 밑 하수 박스의 안전도는 D등급인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 교체하는 것보다 뜯어내는 쪽이 경제적일 수 있다. 미추홀구 주안은 경찰청에서 조사한 체감안전도 조사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주안 일대는 낙후도 뿐만

아니라 체감안전도에서도 원도심이다. 정책은 제시할 때도 시민들과 공유해야 하지만 폐기할 때도 시민들과 의논해야 한다. 시는 승기천 물길 복원 타당성 용역 조사를 마치고도 최종보고회도 열지 않았다. 상습침수구역의 홍수대책은 승기천 복원과 상관없이 수립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홍수대책을 빌미 삼아 승기천 복원을 막는 일은 비상식적이다. 타당성 조사 용역부터 새로 해야 한다.

/글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

/정리=허종식 국회의원실 이혜민·오승민 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