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도리를 밝혀주는 동양의 명저 「채근담」 전문이 한 서예가에 의해 칼로 새겨진 「심각 채근담(心刻 菜根譚)」으로 다시 태어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채근담의 인각화를 시도, 10년 역작으로 소화해낸 작품의 주인공은 안양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서예가 진영근씨(40·한국서예협회 경기도 지부장).

 본지를 통해 채근담 전각화의 포부를 밝힌 지(본보 97년 1월29일자 1면보도) 2년, 준비기간을 포함하면 10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대장정이었다.

 작가의 예술혼과 수행의 도를 면면히 보여주는 「심각 채근담」은 중국의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의 전후집 359장을 하나하나 돌에 새긴 전각작품을 탁본해 수록한 것. 글자수만도 1만2천6백11자, 모두 995면의 방각을 목간 예서 필치로 새기고 한글, 한문, 문인화, 현대서예 47점을 덧붙여 한권으로 묶었다.

 「전각은 반드시 학서를 기초로 해야 하며 단순히 문자의 형태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미의 탐구와 운필, 운도의 묘를 터득하고 그 사람의 정신 곧 마음을 새기고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그의 전각론은 글씨처럼 한번에 끝내는 일도각을 통해 독창적 전각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서예가이며 전각가로서 인장예술작업에 정진해온 그의 또다른 화제는 유별나게 남달랐던 인생유전.

 미술평론가 석도륜은 작가를 일컬어 『「무슨 물건이 예까지 이를수 있었는가」생각케 한다』고 평했다. 열여섯 이른 나이에 무작정 집을 나서 순전히 독학으로 「돌을 쪼개고 가르면서 원야를 개척하듯」 창작예술의 혼을 지켜왔다.

 『전통서법을 따르지 않으면서 이치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는 서단의 평가는 80년대말 부터 주어진 결실.

 경인미술대전 최우수상, 월간서예주최 서예대전 우수상, 대한민국 서예대전 우수상 등을 포함 총 5회에 걸친 각 부문 최고의 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전각예술의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그의 관심은 최근 본격적인 그림수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흥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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