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닻미술관 '물질과 상상' 전
김윤수 등 국내·외 작가 5명
각각의 매체와 소재 통해
물질 너머의 삶의 진실 고찰
▲ 김윤수 작 '바람의 표면'.
▲ 이진영 작 '운화몽'.
▲ 엘라이쟈 고윈 작 'Whirlwind 2'.
▲ 필리스 갈렘보 작 'Sodo #9'.
▲ 바바라 보스워스 작 '무제(구름 바다 씨 오브 클라우드 시리즈) '. /사진제공=닻미술관

순수는 상상이 되고 예술이 일으킨 진자 운동은 삶의 진실이 된다.

닻미술관이 내년 2월28일까지 5인5색 전시, '물질과 상상'展을 개최한다.

바바라 보스워스(Barbara Bosworth), 필리스 갈렘보(Phyllis Galembo), 엘라이쟈 고윈(Elijah Gowin), 김윤수, 이진영 등 이들 5인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각각의 소재가 매체를 통해 작품으로 구현되는 과정, 즉, '물질이 상상'이 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바바라 보스워스는 작품 '구름 바다 Sea of Clouds'를 통해 작가가 삶의 마지막 여정에 다다른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비행길, 창문에서 촬영한 구름 사진을 촬영했다. 바다와 같이 펼쳐지는 구름 공간을 바라보다 천국을 떠올린 작가는 그 순간의 담담한 심상을 사진으로 고요히 담아냈다.

필리스 갈렘보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아이티(Haiti)의 소도(Sodo)에서 행해지는 연례 종교의식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순례자들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 촬영한 사진은 작가도 예측할 수 없는 장면으로 드러나는데, 이성과 감성을 넘어선 밀도 높은 의식 행위는 결국 기록이 아닌 강렬한 시로 나타나고 있다.

엘라이쟈 고윈은 인간의 한계와, 그럼에도 시도해야 하는 의미를 사진 예술로 전했다. 그는 곧바로 응시할 수 없는 태양을 사진 빛으로 기꺼이 포착하며 인간의 초월적 감각과 상상의 기술을 증명하듯 선보인다.

김윤수는 시간과 공간 안에 가만히 머무르며 그 시간 사이, 공간 사이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자연과 삶의 순수한 진실을 작품으로 흡수하고 있다. 그렇게 흡수한 이야기는 작가에게 온전히 간직된 채 그의 손끝에서 다시 섬세하고, 푸른 작품으로 재현된다.

이진영은 19세기 사진 기법 가운데 하나인 '암브로타입'을 매개로 작업했다. 감광제가 마르기 전에 현상해야 하는 암브로타입의 특성에 따라 그의 작품에는 공중의 입자들이 부착돼 미묘한 흔적으로 남았다. 이러한 '흔적의 흔적'은 작품의 물질성을 이루는 동시에 상상의 틈이 되고, 층위로 구현된 바람과 구름 이미지는 추상적 공간이 돼 어느덧 공감각적 심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시는 다섯 작가의 물질과 상상 사이, 예술적 진자 운동이 한 공간 안에 서로 겹쳐지며 예술의 현존과 그 너머 삶의 진실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섬세한 감각으로 대상을 경험하고 그로부터 깨달은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로 응축한 다섯 작가는 우리 앞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물질을 내어놓는다. 작가들이 대상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과 같이 관객들은 이들의 작품을 수용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상상의 여정을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온라인 전시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닻미술관 홈페이지(www.datzmuseum.org)로 하면 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