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스스로 '법 위에 군림한다'는 오명 벗길
▲ 독수리를 보고는 놀란(瞿구) 참새의 마음(_심)은 두려움(懼구) 뿐이다. /그림=소헌

고려 34대 임금 공민왕은 원나라의 내정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몽골식 옷이나 머리 모양(변발)을 없앴으며, 변질된 정치제도와 왕실용어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밖으로는 쌍성총관부를 공격하여 철령 이북의 땅을 되찾았고, 안으로는 득세한 친원親元 세력을 완전히 숙청함으로써 반원反元 자주정책을 단행했다. 그는 극심한 불안과 곤궁한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민의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정개혁을 추진하였다. 이때 만난 신돈은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위민정치를 표방한 신돈은 기득권세력을 개혁하고 백성의 삶을 향상하기 위해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하여 토지제도와 노비제도를 혁신하였다. 그동안 권세가들이 불법으로 탈취했던 땅은 원주인에게 돌려주고 노비는 양민으로 풀어주는 일이다. 민중은 그를 성인으로 추앙했으나, 호족을 비롯한 기득권자들은 이러한 처사에 맹렬히 저항하였다. 결국 구태舊態와 신진관리가 새로 형성한 지배세력인 권문세족權門勢族의 강한 반발로 인하여 공민왕과 신돈의 개혁정책은 멈추었으며, 이후 고려 말기 사회모순은 점점 심해져 인민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송구유충(悚懼幼蟲)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장을 발효시키려면 장독 뚜껑을 열어두어야 한다. 그때 파리가 알을 낳으면 구더기가 생기게 되는데, 그렇더라도 장 담그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방해가 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마땅히 할 일은 하여야 한다. “동네에 파출소가 생긴다고 하니까 그 동네 건달들이 싫어하는 것과 똑같은 거죠. 모기들이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삽니까?”라고 한 故 노회찬 의원의 촌평寸評으로도 갈음할 수 있다. 어찌 파리 유충을 보고 두려워 떨고 있는가?

 

悚 송 [두려워하다 / 허둥거리다]

_①束(묶을 속)은 나무(木)를 그러모아 꽁꽁 묶은(口) 모습을 나타낸 글자다. ②죄인을 심문할 때는 심장(_심)을 꽁꽁 묶어(束속) 옥죄는 것 같아 두렵다(悚송). ③정치인이 잘못을 저지른 뒤에 나와서 송구(悚懼)하다고 하는데, 원뜻은 ‘두려워서 부들부들 떨며 마음이 몹시 거북하다’는 말로 실제로 반성하는 내용은 없다.

 

懼 구 [두려워하다 / 염려하다]

_①目(눈 목)이 둘 모이면 _(두리번거릴 구)가 된다. ②사람이 두려워할(_구) 때에는 두 눈이 떠지고(_구) 심장(心심)은 가쁘게 벌렁거린다. ③瞿(놀라서 볼 구)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던(_구) 참새(_추)가 놀라는 것이다. 한편 _(두리번거릴 확)은 새(_추)가 사람의 손아귀(又)에 잡혀 있는지 두 눈(_)을 뜨고 살펴보는 글자다. ④瞿(구)에 _(심)을 넣어 강조했다. 참새가 왜 놀랐을까? 독수리를 보고 놀란(瞿구) 마음(_심)이니 곧 두려운(懼구) 것이다.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전직 검찰총장 9명이 윤 총장에게 내린 징계절차를 중단하라고 성명聲明했다. 이는 언론과 유착한 검사, 내연녀와 청탁사건을 돌보는 검사, 오로지 조직논리만을 따르는 검사를 옹호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행태를 두고 세인들은 법을 칼자루 삼아 휘두르는 검치(檢治)주의라고 이름 지었는데, 국가의 권력행사는 반드시 검찰이 중심이 되어 검찰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풀이된다.

검찰제도는 제정된 지 70년 동안 골격을 유지하면서 점차 하나의 큰 폐단으로 변태變態했다. 이제라도 검찰 스스로 개혁을 완수하여 법 위에 군림한다는 오명을 벗어 던지자. 그럼으로써 구더기에서 파리가 아닌 꽃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기를 바란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