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Governance)가 구성돼 있더라도 그 기능적 실체를 적극화, 심화해 가치전환의 단계에까지 이르도록 개선하지 않으면 자칫 거버넌스가 정치적 필요 때문에 단지 상징적, 의례적 참여 동원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실제로는 거버넌스의 실효성을 외면하게 될 위험성을 가져올 수 있다.” 박재창 교수가 그의 저서인 '한국의 거버넌스'에서 거버넌스의 이론적 접근뿐 아니라 현장의 실천적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버넌스가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의 설명이다.

거버넌스의 통상 이론적인 이해는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상호작용적 관계-협치(協治) 또는 조직-을 구성하는 역할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시흥 지역사회는 그 역할을 여타 다른 도시도 동일하지만 '시흥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시흥지속협의회)'라는 기구를 통해 시흥시가 미래 어젠더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시민과 시 정부, 기타 정치와 경제계 종사자들이 참여해 '시흥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흥 거버넌스를 사실상 대표하고 있는 시흥지속협의회가 앞서 박 교수가 우려한 것처럼 시흥시 지역사회에서 지지를 위협받고 있음과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시흥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지난 1일 제283회 본회의 제2차 정례회에서 시 정부가 제출한 2021년도 본 예산안 중 시흥지속협의회 사무를 관리하는 미래전략담당관실 예산을 심의했다.

예산심의에 나선 한 위원이 미래전략담당관에게 “안산시를 비롯한 여러 시를 체크했는데 미래적인 담론들을 논의하고 계획하고 하는 부분들을 그 시의 지속협의회가 주도하고 있는데, 시흥시 지속협의회는 그런 미래적인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지난해 예산 심의과정을 되짚으며 발 엉덩이 등 모든 것이 무거우면서도 타이틀은 굉장히 미래적인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런 조직은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소통도 없고 피드백도 되지 않고 오만함마저 느껴지는 실정”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결국, 이날 자치행정위원회는 지난해 시흥지속협의회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시흥지속협의회 2021년도 예산 1억5022만원을 삭감했다.

이에 지속협의회와 시흥시민사회는 예산삭감을 규탄하는 성명서와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나 자치위 심사 결과는 예산결산위원회 심의에서 그대로 인용돼 최종 전액 삭감이 확정됐다. 변수가 없는 한 시흥의 거버넌스 기구인 시흥지속협의회는 이대로 간판을 내려야 한다. 거버넌스가 각종 정책수행 과정에서 정치와 행정, 시민사회, 시장 모두를 만족하는 열매를 얻는 마법일 수는 없다. 거버넌스는 혹자가 설파한 것처럼 제한된 공공재나 기타 재화를 활용해 좋은 정책 결실을 얻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다.

시흥지속협의회는 앞서 상임위원이 밝혔듯이 '시민들과 계속해서 연대하고 새로운 세대를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고 문화 공동체를 구성하는 역할'을 20여년 동안 묵묵히 해왔다. 현재의 지속협의회가 비록 시의회와 소통이 미흡하고 위기의식이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20여년의 세월 동안 구축한 거버넌스를 단칼에 무 베듯 자를 수 없는 노릇이다.

한번 무너진 주춧돌을 다시 놓으려면 그만큼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시 정부, 지역 정치권, 시민들이 참여한 원탁회의를 열어서라도 '문제점이 무엇인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대안을 찾는 '진정한 협치'를 발휘해주기 바란다.

/김신섭 경기 서부취재본부 부국장 s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