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집콕. 셧다운.

코로나19로 올해 내내 우리 사회를 장식했던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이들 단어는 단절을 의미한다. 단절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소통과 교류를 강조해온 우리 사회 흐름을 볼 때 2020년은 유독 180도 달라진 분위기를 맞게 됐다.

잠잠하는가 싶었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을 넘는 일이 반복되면서 연말까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사실상 금지요,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역행하는 삶은 하루하루 고달플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바로 교육 현장이다. 학교라는 현장은 단순히 학습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또래 친구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장차 어울려 살아갈 사회의 구성원이 될 준비를 하는 곳이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코로나19로 도입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사회 우려는 컸다. 전국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방적인 영상 수업에서 벗어나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등교 수업 대비 온라인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교육으로 학력격차가 벌어진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관련 대책들 역시 쏟아졌다.

2020년 우리 교육은 온라인으로 대변됐고 그것에 쏠린 시선은 학력격차였다.

지난 5월 단계적 등교 수업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진 대대적인 온라인 수업 전환에 또다시 학력격차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학력 그뿐이었다.

그러나 학력격차에 가려져 있는 더 큰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계적 등교 수업 당시에도 학생들의 등교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같은 반 친구들이 2개의 교실 등으로 나뉘어 떨어져 있었던 데다가 마스크를 착용한 친구 얼굴을 제대로 볼 수도, 대화도 나눌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학교가 재미없다는 아이들의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겠다는 부푼 기대에 찼던 초1, 중1, 고1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이런 분위기는 한 교복브랜드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올해 키워드 1위로 코로나 블루가 선정됐고 코로나19 종식이 2021년 희망뉴스로 꼽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생활 등 활동에 제한을 받은 학생들의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심상치 않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올해 내내 우리 교육 현장은 학습의 장도, 교류의 장도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최근 영종도에서 벌어진 학생 간 폭력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스파링'을 가장해 또래 학생들이 한 학생을 번갈아가며 폭행한 것이다.

폭행당한 학생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인천 서구 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마쳤으나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끔찍한 사건은 폭행당한 학생 어머니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세상에 드러났고, 그 어머니는 학교 폭력이 사라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소식에 모두가 경악하고 있지만 잠깐 공분에 머물까 걱정스럽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것이 폭력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이라는 까만 심리적 공백이 생긴 아이들의 1년을 어떻게 다시 채워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 해도 코로나 종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내년에도 멈춤, 집콕, 셧다운이라는 불통 단어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어린 학생들이 인간관계를 배울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도 아이들의 정서적 교육이 쉼 없이 진행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학력격차를 걱정하기보다 친구들의 소중함을 알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대책이 너무나 간절한 요즘이다.

/이은경 사회부장 lott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