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상이 한 순간에 깨지는데…

 누구보다도 믿었던 사람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동안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하나. 어느 사회에 묻혀진 `진실""이 있다. 그 진실이 밝혀지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그 진실은 밝혀야 하는가. 아니면 덮어두어야 하는가.
 `하이 크라임""(감독·칼 프랭클린)은 혼란의 늪을 허우적거리는 인간심리를 긴장감 있게 그린 `인텔리전트 스릴러""다. 이 영화는 행복한 일상을 깨뜨린 혼란스런 상황을 통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인간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거대한 권력의 위협 앞에 당당히 맞서는 여성의 도전, 음모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한 두 주인공의 두뇌게임, 그 속에서 이뤄지는 반전의 반전이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다.
 성공한 변호사이자 능력 있는 교수 클레어(애쉴리 주드)는 사랑하는 남편 톰(짐 카비젤)과 자신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FBI수사관들이 나타나 남편 톰을 체포해 간다. 남편의 본명은 로날드 채프먼이며, 비밀작전요원으로 엘살바도르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15년간 도망자 생활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남편은 정말 잔인하게 민간인들을 학살한 살인자란 말인가"". 처음 남편을 의심하던 클레어는 군고위층의 음모로 남편이 누명을 썼다고 확신, 치욕스러운 스캔들을 하나 하나 밝혀나가기 시작하는데….
 `광란의 오후"" `블루데블""을 통해 거대한 적과 맞서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를 감독한 바 있는 칼 프랭클린 감독은 `하이 크라임""에서도 탁월한 인물 분석력을 보여준다.
 아름답고 지적인 배우 애쉴리 주드는 거대권력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완벽히 소화했으며, `딥임팩트""서 할리우드 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 역할을 맡았던 연기파 흑인배우 모건 프리먼은 클레어와 함께 톰의 변론을 맡는 역할을 통해 사실되고 진실된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두 배우는 애쉴리 주드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키스 더 걸""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기도 하다.
 부인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평범한 남자이지만 내면에는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한 짐 카비젤은 리얼한 표정연기로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31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15세 관람가.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