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같은 듯 다른 토론...'오늘 뭐 먹지?' '뭐가 나올까?'

식당 다양한 서울 회사원 고민에 반해
남동산단 직원들에겐 백반집이 유일

젊은층이 원하는 일자리 환경과 달리
'굴뚝' 이미지는 종사자 고령화 불러와

“어제 저녁 TV에서 동남아 음식 나오더라. 똠얌꿍이나 우육면 괜찮지 않아? 아니면 초밥도 괜찮고… 고르기 귀찮은데 그냥 호텔 점심 뷔페나 갈까?”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 기업에서 일하는 김진선(28·인천 계양구)씨에게 평일 점심 메뉴 고르는 일은 매번 가혹해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맛있는 점심 식사는 오전 업무의 피로 회복제이자 다가올 오후 업무를 버틸 원동력이라고 믿는 그다.

진선씨는 “점심 메뉴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면, 나도 몰랐던 오늘의 정확한 음식 기호와 함께 현재 가계 수준에도 부합하는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며 “그나마 요령이 생겨서 동료들과 먹고 싶은 메뉴를 나열하고 하나씩 지워가면서 최종 후보를 꼽는다. 대부분 식당이 대중교통이나 자동차 이용할 거 없이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다”고 말했다.

진선씨 직장 주변 서울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일대는 최근 서울 내 최대 직장인 상권으로 떠오르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종 음식점이 들어섰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산디지털단지역 상권이 강남에서 일하던 시절보다 다채롭다고 한다.

진선씨의 동네 친구이자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에서 일하는 정민지(28·인천 계양구)씨는 점심시간 전에 사무실 식구들과 “오늘은 뭐가 나올까”로 토론을 벌인다. 제법 큰 규모 회사들이 몰려 있지만 근처에 이렇다 할 상가들이 없는 공장 단지라 옆 건물 1층에 자리한 '식판'을 사용하는 대형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민지씨는 “한 끼 가격이 5000원인데 반찬 가짓수도 많고 맛도 괜찮다. 다만 맨날 비슷한 식사라 좀 물리는 것도 사실이다. 햄버거라도 먹으려면 차 타고 5~10분은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지역 경제 형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직장인 상권이 인천에서 존재감이 약한 건, 이처럼 지역 주요 일자리 시설들이 인근 원도심 상권과 연결 고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이나 경기에선 산업 변화가 상권과 광역 교통망까지 연계해 흘러가면서 단순히 일자리 창출에 더해 젊은 직장인들 소비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인천 산업계가 여전히 '굴뚝' 이미지에서 진화하지 못해 잃은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원도심으로 끌어올 수 있는 직장인 소비에 관심이 소홀해 서울이나 경기 등 외부로 관련 지출을 뺏겼다는 점과 다양한 점심 상권 등 젊은층 일자리 환경 조성에 실패하면서 날로 심각해지는 종사자 고령화 문제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와 명지대 등이 참여해 지난해 7월 발표한 '전국 산업단지 내 빈 일자리 실태 및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30세 미만 노동자는 총 5만7014명으로 전체 노동자(22만935명)에서 25.8%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남동국가산업단지는 전체 노동자 5만6672명에서 30세 미만은 15.7% 수준인 8871명에 그쳤다. 반대로 50세 이상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우 14.4%인 3만1896명, 남동국가산업단지에선 29.3%인 1만6593명이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