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때마다 돌아오는 캐시백, 동네 소비의 즐거움
▲ 보통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14주 연속 하락하던 지난해 2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유소에서 음식 배달원이 기름을 채우고 있다. /인천일보 DB

지역화폐 도입 목적은 근본적으로 지역 경제 회복에 있다. 인천 입장에선 서울이나 경기로 빠져나가던 인천시민 지출, 즉 역외소비의 일정 부분을 지역 상권으로 돌려주기 위한 장치가 그동안 절실했다. 광역 교통망이 개선될수록 '서울 빨대' 효과가 거세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한 인센티브가 논의되던 시점에 등장한 캐시백 아이디어는 인천e음 안착에서 훌륭한 선봉장이었다. 인천e음 대상 소비자들은 쓸 때마다 10% 이상 돌아오는 캐시백 즐거움에 매료돼 지역 소비 습관을 익히고 있다.

 

▲집 주변 돌아보는 소비, 이젠 습관이 되다

인천 서구에 사는 회사원 박정원(37)씨는 작년 여름부터 인천e음 소비 습관을 몸에 새겼다. 우연히 찾은 동네 주유소가 결정적 계기다.

정원씨는 “작년 초부터 아내가 인천e음 카드를 쓰라고 권유했지만,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카드를 신청한 뒤 선 충전해 후 결제하는 시스템이 낯설어 번거롭고 심리적으로 거부감도 있었다. 결국 아내가 만들어준 e음 카드로 주유소에서 6만원 주유를 했더니 곧바로 캐시백 6000원이 적립됐다. 그제야 '아, 이게 안 쓰면 손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 그동안 회사 근처 시흥 쪽에도 값싼 주유소가 많아서 그때그때 저렴한 주유소를 찾았는데, 운전 경력 10년 만에 집 앞 단골 주유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e음을 사용하면서 동네 상권에 새롭게 눈을 뜬 경우도 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 '뽐뿌'의 한 이용자는 “집 주변에 처음 식자재 마트가 들어섰을 땐 '그래도 대형마트가 진리'라고 생각해서 이용 안 하다가 인천e음 캐시백 10%를 따져보니까 얘기가 달라지더라”며 “라면 묶음 행사가가 2480원인데 여기에 10% 캐시백을 받으면 2200원꼴이다. 우유 2팩도 2980원 행사하던데 10% 캐시백 생각하면 대형마트보다 가격 경쟁력이 위다”고 적었다. 인천e음 경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자본 300여개 점포에선 사용할 수 없다.

인천 계양구 A 주유소 사장은 “지난해부터 느끼는 거지만 김포나 부천 쪽에서 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다면 평년보다 5~7% 이상 매출이 늘었을 거다. 인천e음은 타지역 주민들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캐시백 혜택을 누리기 위해 경기 권역에서 계양구 주유소까지 오는 거 같다. 이는 계양구뿐만 아니라 서구, 남동구 주유소들도 느끼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인천본부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인천지역 역내소비 증가율이 1월~4월 0.1% 수준에서 5월~12월 3.6%로 급상승했다. 2019년 하반기는 인천e음 사용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기이기도 하다.

▲지역 소비. 규모, 흐름 손에 잡힌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이던 지난 2일, 계양구 한 커피숍에선 커피 내리는 손길이 분주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실내 영업은 금지됐어도 점심시간 포장 손님들 덕분에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카페 주인 김현주씨는 “손님 10명 중에 6~7명은 e음 카드로 결제한다. 주변에 직장인들도 있어서 타지역 분들도 e음 카드를 쓴다”며 “아직 바로 옆 스타벅스 따라잡으려면 멀었지만, 대형 카페들이 많은 상권에서 소상공인 점포에 캐시백 혜택을 주는 e음이 든든한 버팀목인 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부평깡시장 한 청과물 상인은 “주요 고객이 중년층 이상인 시장이라서 일부 손님들이 e음 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기는 해도,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풀었을 때,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당연히 그 시기에 가게마다 매출도 늘었다”고 밝혔다.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현주씨 카페가 위치한 계양구 일반휴게음식점의 e음 카드 결제 금액은 지난 7월 62억8675만원에서 10월 63억1781만원으로 석 달 새 0.5%(3106만원) 올랐다. 계양구 연료판매점 e음 카드 결제 금액 역시 같은 기간 9억8375만원에서 10월 10억7556만원으로 9.3%(9181만원) 급증했다. 이와 같은 e음 카드 결제 금액 증가세는 계양구뿐만 아니라 인천 구마다 비슷한 분위기다.

지역화폐 사용으로 집계되는 날짜별 업종 결제 실적은 지역 상권 분석에서 결정적 자료로 활용되는 중이다. 전국에서 지역화폐를 놓고 매출과 소득 증가, 고용, 생산 유발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을 벌이긴 해도 시민들 소비 흐름과 패턴, 규모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자치단체별로 손에 얻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인식하고 있다.

 

▲인천e음 소비 자리 잡은 2019년, 인천 부가가치세 세수 늘었다

지난해 10월 인천대학교 양준호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인천시 전자지역화폐 인천 e음의 성과분석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인천e음 확대가 지역 경제 활력에 어느 정도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 교수 연구팀이 국세청에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인천지역 부가가치세 세수 실적은 2018년 상반기 2조746억원에서 2019년 상반기 2조1490억원으로 1년 새 약 744억원(3.59%) 증대가 있었다.

양준호 교수 연구팀은 “인천 e음의 2019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의 약 1조원 발행에 소요된 비용은 캐시백 6% 기준 600억원(행안부 260억원, 인천시 340억원)이다. 이는 2019년 상반기까지의 세수 증가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천 부가가치세 세수 증대가 인천 e음으로 인해 자극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