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생생화화 生生化化 …'
선감도·생태계·인간관계·세대 등
유망·우수작가 파주 아트센터 전시
▲ 현지윤 작 '신중년도감'.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김재유 작 '드러나 있으면서도 숨겨진 그곳'.
서로 다른 이들의 생각이 모여 시너지를 냈다. 동주염전, 인간관계, 선감학원, 생태계 파괴, 세대갈등 … 무관해 보이는 이들의 오브제는 우리 사회를 잔혹하게 꼬집었다.

경기문화재단이 내년 2월14일까지 '경기예술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선발한 유망·우수작가 5인의 신작 전시, '생생화화 生生化化 2020 : 이연연상 Bisociation'을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개최한다.

경기예술창작지원사업 시각예술 분야 성과발표전시인 '생생화화 生生化化 2020'은 매년 하반기에 선보이는 연례전시로, 2013년 시작해 올해로 8년째 운영돼 오고 있다. 이 전시는 도내 공사립 미술관과 경기문화재단이 협력해 안정적인 창작 발표 기반을 마련하고, 미술계 협력체계 구축을 취지로 마련됐다. 그간 경기도미술관, 고양 아람미술관, 안산 단원미술관, 성남 큐브미술관 등에서 개최됐으며, 이번에 전시를 개최하는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과는 2년 연속으로 협력체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 '이연연상'은 '무관해 보이는 개념들을 서로 연결 지어 생각한다'는 의미처럼, 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채로운 고민을 또 다른 창조적 가능성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재유, 김채린, 신이피, 이재욱, 현지윤 등 참여작가 5인은 사업의 지원 단계부터 작품 발표까지, 창작을 계획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창의적 방법을 모색해왔다.

멈춰있거나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은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김재유는 레지던시가 위치한 대부도와 선감도의 풍경을 캔버스로 옮겨왔다. 석산과 그 주변에 멈춰 선 공사 현장, 올여름 장마로 인해 생산을 멈추고 관광객만을 기다리는 '동주염전'의 이면을 거칠고 빠른 붓 터치로 과감하게 훑어냈다.

김채린은 조각을 통해 관계를 들여다본다.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몸짓이나 언어를 조각으로 재현하기도 하고, 조각을 특정 장소와 대화하듯 놓아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관람객의 신체를 고려한 재료와 물성으로 오브제를 제작했다. 이번에 그가 제시한 사물은 사용자의 신체가 다양한 감정을 발화해보도록 전시장에 놓였다. 사용자는 딛고, 오르고, 끌고, 주무르고, 조합하는 등의 행위를 거쳐 사물의 질감이나 양감, 물성을 느껴볼 수 있다. 사물과의 이러한 접촉을 통해 사용자는 창작자가 겪은 시간을 떠올려본다. 한 명의 사용자가 사물에 남긴 온기가 다음 사용자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전시장의 사물은 이렇게 서로가 남긴 흔적을 공유한 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 진열된 오브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짚어보길 의도한 신이피는 최근 도시 생태를 리서치한 '죽은 산의 냉철한 새' 연작을 발표하고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정부가 주도한 계획형 신도시 아파트단지 이름이 자연물을 띈 것과 그러한 아파트 개발이 도시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역설적 풍경을 시리즈의 신호탄으로 삼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연작의 세 번째 작품, '죽은 산의 냉철한 새 #3'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돼지 사체 매립지를 영상 이미지로 제시했다. 특히 가축이라는 이유로 보존 가치조차 지니지 않는 돼지를 자체 표본화해 전시한다.

이재욱도 선감도를 소재 삼았다. 작가는 평소 머무는 장소마다 역사적 특이점을 발견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사진에 담았다. 사진으로 주변을 기록하며 그것에 얽혀 있는 사회 구조를 응시해 온 이재욱은 일제강점기 소년 수용소였던 '선감학원' 소년들의 노역 희생을 중심으로 신작을 선보인다.

현지윤은 사회학에서 말하는 '세대'의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작가는 평균 수명과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고령화의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것, 그런데도 중·노년층의 삶은 관심 밖의 영역으로 비치는 것에 집중한다. 올해는 '신중년(5060)' 세대의 사적인 이야기를 수집했다. 며느리, 자영업자, 정년퇴직자이자 평범한 가장, 시니어 전문직 종사자 등 인터뷰 대상자들이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의 단면을 고찰하고 있다.

작가들은 수집가나 관찰자의 역할을 넘어, 창작가로서 특정 문제에 어떠한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망막에 닿은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해 작품으로 드러내고, 무의식으로 스친 것을 의식적으로 조직화해 통합하려는 작가들의 움직임을 나타내며, 전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짚어보도록 돕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