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중국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된 무대는 2012년 11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였다. 그의 집권 이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강화되었고, 이제는 세계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는 위치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줄곧 '평화적 굴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중국의 국력 강화에 대한 경계심도 만만치 않아서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과 날카로운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이른바 '평화적 굴기' 노선을 잘 보여주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1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인류운명공동체론'이다. 세계 경제의 위기나 지구적 범위의 문제들은 개별 국가의 역량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또한 모든 국가가 그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기에 전 인류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각국이 상호존중, 공평, 정의, 협력, 공동번영 등의 원칙에 기초하여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구축하고, 이로써 인류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하나의 '이론'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론'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매우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이러한 '인류운명공동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론'이 국제사회에 설득력 있게 제시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국내적으로든 대외적으로든, 상호존중과 협력, 상생 등의 가치를 정책적 실천을 통하여 구현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공통의 문제들에 직면해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관계 맺음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실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공동의 생존과 번영을 위하여 개별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초월하는 실천을 행동에 옮길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만약에 중국이 이러한 원칙을 실천하여 '인류운명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공헌할 수 있다면, 그리고 때로는 자국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인류 전체의 번영을 도모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어쩌면 중국이 미국의 위상을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의 면면을 보면, '인류운명공동체론'의 진실성에 대해서 믿음보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연선 국가들의 공동번영을 목표로 내걸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네트워크를 재편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에 막대한 금액의 채무를 지게 되면서,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영토 분쟁과 그로 인한 군사적 긴장의 고조 역시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공산당은 1950년대에 남중국해 섬들이 중국의 영토임을 선언하였고, 1974년에 서사군도(西沙群島)를 군사 점령하여 베트남으로부터 빼앗았지만, 그래도 마오쩌둥 시기에는 전략적 중심이 대륙에 있었기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1980년대 이후 개혁개방이 본격화하고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나날이 발달하면서 이 해역에 대한 관심과 개입도 확대되었다. 오늘날에는 인공섬까지 만들고 군대를 주둔하며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강화하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인접 국가들과 분쟁을 겪고 있다.

사실 국익의 보존과 확대를 꾀하지 않는 국가는 없으며,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래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시진핑 집권 이후로 일당독재체제의 경직성은 더욱 강화되었고, 중국의 국제적 부상과 미·중 갈등의 분위기 속에서 국내의 민족주의 정서도 고조되었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더욱 강경한 수단을 선택하게 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중국이 명실상부하게 '인류운명공동체'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체제의 유연성부터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원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