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거림(Procrastination)이란 말 그대로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서도 불필요하게 계속 미루기만해서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되었음에도 이런 습관을 고치지 못해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말한다.

근대 계몽주의를 정점에 올려놓았고 독일 관념 철학의 기반을 확립한 임마누엘 칸트는 완벽주의자였다고 한다. 자신이 정한 규칙도 철저히 지키는 사람으로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아침 식사를 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산책하러 다녔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가 활동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시계를 맞추었다고 한다.

칸트는 젊은 시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그중 한 여성은 칸트에게 적극적으로 청혼을 했지만, 칸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답답했던 여인이 칸트에게 다가와 결혼 여부를 분명히 하라고 최후통첩을 내렸다.

칸트는 생각해 보겠다고 간단하게 말한 뒤 바로 도서관에 가서 결혼에 관한 책들을 찾아 결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연구하며 결혼을 해야 좋을지 안 해야 좋을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와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를 찾아내어 빈틈없이 꼼꼼하게 정리했다. 마침내 장점이 단점보다 4가지 더 많으니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여인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너무 늦었네. 내 딸은 벌써 결혼해서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네. 내 딸이 자네에게 청혼한 것은 벌써 7년 전의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칸트는 다른 여성의 청혼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고민을 한 결과 결혼을 할 수 없었으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로 꾸물거림의 다양한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완벽주의 성향에 따른 우유부단일 것이다. 완벽주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나 행동 방식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노력은 바람직한 일이다. 완벽은 안전과 안심을 보장하는 조건이고, 사회생활의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하다.

도덕규범이나 규칙, 법을 완벽하게 지키려는 사람들 덕분에 사회는 질서정연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하자 없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발전시켜온 원동력이다. 비록 그 완벽이 도달하기 쉽지 않다 하더라도, 조금씩 더 나아지려는 목표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완벽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은 필요한 시간에 필요로 하는 장소에서 끝내야 의미가 있다. 완벽에만 집중하고 그 부작용을 인식하지 못할 때 우리의 삶은 경직되고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완벽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향을 '강박성 성격장애'라고 진단하는데, 이들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의 비현실적인 공포심을 가진다.

사람이 완벽해지려고 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이 세상에 결코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장점과 단점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다. 꼼꼼한 사람은 답답하고, 과감한 사람은 무책임하며, 활달한 사람은 불안정하기 쉽다. 또한 근심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냉철하고, 겁이 많은 사람은 신중하다. 내 단점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장점을 살리는 것이고 결국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은 부족함을 채우고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완벽한 사람만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면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우선 시작하자. 실패를 극복하는 경험이 적을수록 자신감도 떨어지는 법이다. 실패 없이 성공만 하면 자신감이 넘칠 것 같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사슴처럼 기대며 살아야 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의미의 완벽주의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도록 꾸물거리지 말고 내일을 준비하자.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_전 여주교육장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