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친구들…생기 잃은 도시

청년 및 청소년 인구 지속 감소로
대표 학원가 주부토로엔 공실 넘쳐
계양산 찾는이들 상대하는 술집만
▲ 인천 계양구 모 고등학교 2005년 졸업앨범 학급 사진. 졸업자 42명 중 거주지가 파악되지 않는 9명 학생을 제외한 33명 가운데 계양구 주민은 36.4%(12명)으로 집계됐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청년들의 타지역 유출 사례가 빈번함을 보여준다.

인천지하철 1호선 계산역 사거리에서 부평으로 향하는 '주부토로' 양쪽으로 자리한 빌딩들은 요즘 2층 세입자 찾는 것도 버거워졌다. 골목 상권을 붕괴 직전으로 몰아간 코로나19 탓만은 아니다. 이 지역 2층 공실 현상은 벌써 수년 전부터 진행 중이다. 만성화한 불경기로 꼭대기부터 점차 아래층으로 공실이 확대되는 빌딩들이 늘더니 1층을 제외하고 아예 세입자가 없는 곳들도 여럿 보인다.

주부토로 빌딩 2~3층 공실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입시전문학원이 세 들어 영업하던 경우가 많다. 근처 계산고등학교와 계산여고, 계양고에 임학중, 안남중, 계산여중, 계산남중까지 몰려 이 일대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계양구 대표 학원가로 통했다. 평일 저녁이면 학생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노란 버스와 승합차가 주부토로 끝 차선에 가득했다.

계산역 2번 출구 주변에서 20년 가까이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영미씨는 “한샘, 대성, 정진까지 소위 메이커급 학원들이 줄줄이 있어서 자정까지 컵볶이가 팔렸다. 지금은 어른 상대로 장사한다. 이제 이 길에서 학생들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학원가 학생들과 20~30대 직장인들이 주 타깃이던 계산역 상권은 중노년 대상으로 대체되고 있다. 취미로 등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계산역을 통로로, 인천뿐만 아니라 부천, 김포 멀리는 서울에서까지 계양산을 찾고 있다. 계산역에서 계양산 가는 길에 있는 계산고 앞에는 서점, 문방구들이 없어지고 파전, 두부, 막걸릿집들이 수십 곳이다.

북한산 자락 서울 은평구나 청계산 자락 과천시, 의왕시처럼 젊은 인구 거주 비율이 높으면 등산 상권 속에서도 학원이나 독서실, 대형 프렌차이즈 등 젊은 주민들을 위한 업종들이 존재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계산역 인근에선 청년과 어린이, 유아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특히, 계산2동에선 지난해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39.9%까지 추락했다. 계산2동 전체 인구 10명 중 6명 이상은 40세를 넘긴 중년이나 노년이라는 뜻이다. 2011년만 하더라도 계산2동 40세 미만 인구 비율은 51.6%였다. 계산2동에선 10년도 안 돼 청년, 청소년, 어린이, 유아 인구가 11%p 넘게 하락한 셈이다.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30%대까지 감소한 건 계양구에서 계산2동이 처음이고 부평구나 미추홀구, 중구, 동구 등 동들에선 최근 몇 년 새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인천 전통 원도심 부평구에서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산곡1동이다. 이 지역 전체 인구 중 30대 이하 비율은 37.2%에 불과하다. 산곡1동 내 A초등학교 학급 평균 학생 수는 13.6명까지 떨어졌다. 인근 B고등학교 학급 평균 학생 수도 20.4명으로 인천 고교 학급 평균 학생 수 23.1명보다 2명 가까이 낮다.

A초 관계자는 “앞으로 산곡1동에 초등학생 숫자가 늘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산곡중에 이어 명신여고, 세일고까지 한 반에 학생 수가 10명 중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 아무리 재개발·재건축이 한창인 동네라고 해도 주택 사업만 줄줄이고 아이들에겐 너무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패스트푸드점 점령했던 학생들? 이젠 옛말

롯데리아 인접 주안7동·계산2동
작년 40대 미만 인구 40% 밑돌아
구매력 줄어들어 상권 붕괴 우려

1990년대 말쯤으로 접어들면서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초등학교나 학익초에선 '롯데리아 생일잔치'가 아이들에겐 운동회 다음으로 인기 행사였다. 햄버거, 피자가 귀하던 1997년, 신기시장 사거리에 롯데리아가 문을 연다. 학교에서 롯데리아까지 1~2㎞ 거리. 아이들 걸음으로는 짧지 않은 길이지만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테이블마다 생일축하 노래가 이어졌다. 현재 연학초로 이름을 바꾼 학익동초나 학익초뿐만 아니라 당시 일대 초·중·고 학년마다 학급이 10여곳에 달했다.

롯데리아.

▲롯데리아가 호령하던 인천 시내에서도 40대 미만 비율 30%대 추락

계양구 안남초나 부평초에서도 이맘때 롯데리아 생일잔치가 아이들 마음을 뒤흔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계산삼거리에도 롯데리아가 들어서면서 역시 주변 학생들 생일잔치 명소로 자리한다.

1999년 안남초 졸업생 박영진씨는 “한 학년에 학급이 20개가 넘고 오전오후반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이 많았다. 같은 반 친구들만 60명 가까이 되니까 생일자가 롯데리아에 누구누구만 데려갈 거라고 고르면, 선택을 못 받은 친구들은 몰래 울고 그랬다”며 “나도 그렇지만 친구들도 다들 다른 동네로 이사 가서 계산삼거리 롯데리아에서 볼 일은 없어졌어도, 떠올리면 좋은 추억이다”고 회상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여년이 흐른 지금, 인천 원도심 롯데리아에서 학생 손님 비중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업체 측 이유보다 도시 인구 이동 변화에 원인이 있다. 우선, 과거 학익동초였던 연학초는 올해 기준 학생 수가 249명에 불과하다. 1990년대 말, 한 학년 전체 숫자보다 낮은 수준이다. 학생 수가 수천명에 달해 오전·오후반을 나눴던 계양구 안남초는 전교생이 557명까지 감소했다.

'롯데리아 입점=핫플레이스' 공식이 성립하던 20여년 전 진입한 인천 롯데리아 초기 상권 근방에서도 40대 미만 인구 비율이 30%대로 떨어지는 현상이 속속 확인된다. 1997년 개점한 롯데리아 신기점과 인접한 주안7동 40대 미만 인구 비율이 지난해 기준 37.1%까지 내려간 게 대표적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주안7동 인구 1000명 가운데 494명(49.4%)이 30대 이하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영업을 시작한 롯데리아 계산점이 위치한 계산2동은 2019년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39.9%까지 곤두박질쳐 계양구에선 유일하게 40%대 벽이 허물어졌다.
 

▲인구 10명 중 6명 이상이 중년 혹은 노년일 때 상권 변화

지난 2011년 기준 인천 8개 구 136개 동 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40대 미만 인구 비율은 원도심에서도 대부분 50% 이상이고 낮더라도 40%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40대 미만 인구 비율 40%대가 깨진 건 인천 전체 인구수가 가파르게 늘던 2016년, 2017년부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를 분석하니 2019년 기준 인천 8개 구 136개 동 가운데 25%인 34개 동에서 40대 미만 인구 비율이 40% 미만으로 조사됐다. 연수구를 제외한 전체 지자체에서 골고루 나타난다. 송도나 청라, 서창, 논현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진행된 지역이 해당한 경우는 전혀 없고, 주로 인천 원도심 구역에 집중됐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 도시였던 인천은 풍부한 일자리로 젊은 인구가 계속 늘면서 관련 상권들도 자리한 구조다. 하지만 지금처럼 40대 이하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면 단순히 상권 변화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인천 일자리 질 하락과 동시에 소비자 구매력도 떨어져 농촌처럼 원도심에서도 상권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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