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과의 갈등으로 심은미술관 '천자문 문화관' 전환 협상 무산…작품 이전
▲ 강화군 심은미술관 전경.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전정우 작 '천자문'.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갑골문자부터 한석봉 서체까지 독보적인 천자문을 쓰는 전정우 서예가의 작품들이 인천 강화를 떠나게 됐다.

폐교를 고쳐 20년간 운영해온 미술관 운영을 두고 인천시·강화군과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강화군은 심은미술관을 천자문 문화관으로 전환하려던 '폐교시설 문화재생 사업'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심은미술관은 2000년 폐교된 강화군 강후초등학교에 만들어졌다. 이 학교 1회 졸업생인 전정우 작가가 학생들이 떠난 자리를 미술관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미술관은 그의 서예작품과 그림 등을 전시하며 강화의 대표 문화예술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강화에서 태어나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심은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인정을 받았다. 해외 나라들을 오가며 전시회를 여는 등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특히 120종류 서체로 천자문을 모두 써낸 그만의 콘텐츠를 자랑한다. 문학산 정상 바위에 새겨진 '문학산' 글귀와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한옥호텔 경원재앰배서더의 간판 '경원재'도 그의 솜씨다.

인천시는 국비 20억원과 시·강화군 20억원을 투입해 심은 미술관 자리에 심은의 개인 박물관 격인 천자문 문화관을 설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지난해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문화관 운영 방안을 두고 작가와 강화군 사이 갈등이 벌어졌다. 천자문 기증 방식과 관리 주체, 작품 수 등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랐다.

결국 강화군이 협의 불발을 선언하고 심은 작가는 인천시 재산이던 미술관 학교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됐다.

전정우 작가는 최근 작품 200여점을 서울 모처로 옮기는 작업을 마쳤다. 작가는 작품의 진가를 알아주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중국·일본 등에 작품을 설치하는 방법 등을 모색 중이다.

강화군 관계자는 “지역에서 배출한 예술가를 놓친 점은 아쉽다”며 “천자문 대신 차박시설이나 상설 전시관 등 다른 폐교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