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인천시장을 역임했습니다. 이 기간 저는 갖은 노력을 다해 인천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자부합니다. 기존의 제분, 제당, 고철, 목재, 철강, 가구 등의 저부가가치 산업구조에서 바이오, 반도체, 금융, 의료, 교육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토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제가 인천시장에 취임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 3대 도시인 인천에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LG의 공장이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이들 기업이 전(全) 세계 곳곳에 400개 넘는 공장을 갖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아제약, 아지노모토를 비롯한 바이오기업들을 유치했습니다. 제가 인천시장일 때 인천은 서울과 경기도를 제치고 외자유치(FDI)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 출신 시장이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이제 인천국제공항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인천시장이 되어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상하이 푸동공항, 오사카 간사이공항,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 등지를 찾아가 두루 살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천공항을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이명박 정권이 인천공항 지분의 49%를 해외에 매각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강력히 반대하여 결국 무산시켰습니다. 만일 그때 이명박 정권의 시도가 성사되었다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또 인천공항의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BMW 드라이빙센터를 유치했습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미국 보잉사와 대한항공이 합작한 조종사 훈련센터를 유치한 것입니다. 인천공항 주변에 MRO(항공기 수리·정비·개조) 및 항공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 본사까지 날아가 성사를 시킨 것입니다. 지금 인천공항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세계적 공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인천공항은 1, 2단계 터미널 공사를 마치고 현재 4활주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7200만명 승객 처리능력과 500만t 화물 처리능력에서, 앞으로 1억명 이상의 승객과 1000만t 이상의 화물 처리능력을 갖춘 세계 3대 공항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여기서 지역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부산·울산·경남 800만명과 전남 200만명 등 약 1000만명의 시민들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인천공항까지 오는 데 거의 하루가 걸립니다. 게다가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 근처 돗대산에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승객 129명(한국인 110명)이 사망한 참사였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김해공항을 보완할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는데 박근혜 정부에 와서 TK와 PK 간 지역감정 프레임에 갇히게 됩니다. 결국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검토하다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어설픈 절충안을 내놓았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입니다.

저는 김해공항 비행기 사고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정치논리에 의해 다시 김해공항으로 회귀하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지난 4년 동안 줄기차게 해왔습니다. 김해공항은 소음 피해 때문에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김해공항에 확장안대로 V자 활주로를 놓게 되면 소음 피해는 더 커지고 비행기 충돌 위험 또한 더 커지게 마련입니다. 갈수록 침체되는 '부·울·경'과 '전남'의 경제를 첨단산업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항공물류 처리능력이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항공화물 처리능력이 늘어나기는커녕 활주로 추가 공사로 면적이 좁아집니다. 기존 처리능력 15.8만t에서 6.5만t으로 줄어듭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은 현재 500만t의 항공화물 처리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3위입니다. 2025년 4단계 공사를 마치면 130만t의 처리능력이 추가되고 5단계 공사로 370만t이 합해지면 향후 1000만t의 항공화물 처리가 가능한 공항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김해공항 확장으로 가게 되면 명색이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곳이 겨우 6.5만t의 항공화물 처리능력만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네공항이지 국제공항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소한 100만t 규모의 항공화물 처리가 가능하려면 가덕도신공항이 불가피합니다. 더군다나 김해공항 증설비용과 가덕도신공항 건설비용은 7조원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사장의 견해에 따르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인천공항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5% 정도라고 합니다. 가덕도신공항은 지금 건설을 시작해도 최소 7~8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때면 인천공항의 화물수요는 더욱 커져 있을 것입니다. 가덕도신공항이 인천공항의 수요를 잠식할 거라는 '일부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은 서로 상생_보완하는 관계가 되어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