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불발탄, 장난감 오인
눈·한쪽 팔 잃고 죽을 뻔
그뒤 손님오면 방 가둬져
원망 불어나 극단 선택도
현잰 같은처지 돕기 힘써
▲ 지뢰폭발물 피해로 한쪽 팔과 두 눈을 잃은 김영식씨가 촬영에 임하고 있다. 작가:김문정

#마음이 담은 세상

눈 부신 햇살, 노랗게 물든 낙엽,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새가 담긴 이 사진들은 모두 1급 시각장애인 김영식(63)씨가 촬영한 작품이다. 그의 밝은 표정만큼이나 밝은 세상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담아냈다.

김씨 역시 진옥자씨와 같이 지뢰 피해를 입었다. 김씨가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두 살 난 동생을 등에 업고 마실을 갔다 장난감인 줄 알고 주운 불발탄에 한쪽 팔과 두 눈을 모두 잃고 말았다.

“사고 직후 포천의 한 군부대 병상으로 옮겨졌고 모두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했다더라고요. 반 포기 상태였죠. 그도 그럴 것이 한 팔은 없고 눈도 보이지 않고 폭발 충격에 청력도 온전치 않은 저에게 거는 희망은 없었죠. 지금은 너무 오래전 시력을 잃어 부모님의 얼굴 모습조차도 기억나지 않네요.”

멀쩡한 두 눈과 사지육신이 있어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장애의 고통보다도 그를 더 힘들게 만든 건 가족의 외면이었다.

“누구 손님이라도 집에 오는 날이면 가족은 저를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죠.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혈육이라는 끈을 놓친 못했습니다. 세상이 원망스러워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 알만 먹어도 목숨이 끊어진다는 약을 열 세알이나 먹었지만 세상은 저를 놓아주지 않더군요.”

밝은 표정을 되찾은 김씨는 현재 경기도 지뢰 주민피해 실태조사원으로 활약하며 본인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뢰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저는 이분들을 설득해 피해 정도를 수집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김씨는 경기도 곳곳을 다니며 많은 이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의 밝은 에너지는 고통받는 이들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처음에 지뢰 피해자분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진심으로 다가가니 마음을 여셨죠. 한번은 우울증을 심하게 앓던 친구가 죽으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놀라 나 같은 사람도 사는데 사지육신 멀쩡한 네가 못 살 것이 뭐가 있겠냐며 다그쳤죠. 제 말이 설득이 됐는지 지금은 많이 나아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옥 불 위를 걷던 김씨에게 '인생나무 인생사진전' 참여를 계기로 한 가지 작은 소망이 생겨났다.

“여력이 주어진다면 카메라를 하나 장만하고 싶습니다. 카메라 안에 제가 보는 아름다운 세상을 담고 싶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