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묵 인천 콘서트챔버 대표

학창 시절 접했던 음악의 기억은 개인의 삶과 궤적을 함께한다. 무심코 즐겼던 음악이 일생에 영향을 끼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음악은 감정을 표현하지만 시대정신을 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이 삶에 주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때, 충분히 고민할 가치가 있는 질문이 발생한다. '우리는 무슨 음악을 감상해야 하는가', 그리고 '타인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는가'. 특히 음악 감상이 개인적 취향의 선택이 아닌 교육 활동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어떤 음악을 전달해야 할지 더욱 깊은 고민을 한다.

2020년에는 인천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주최한 '찾아가는 아트스쿨' 사업이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학생에게 문화 수혜와 더불어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가지는 교육 활동이다. 본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 콘서트 챔버는 인천시 관내 학교를 방문해 '역사 음악 이야기: 근대 음악 콘서트'를 진행하며 한국과 인천의 근대 역사 속 음악을 강연과 공연이 함께 접목된 렉처 콘서트 형태로 가졌다. 음악은 먼 곳이 아닌 가까이 존재하며,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나아가 역사의 시대성을 간직한 음악을 소재로 우리의 잊힌 과거와 그 속에 담긴 음악을 전달하는 무대이다.

한국에 서양 문물이 밀물처럼 들어온 19세기 말 개항기 근대. 인천은 수도와 가깝다는 이유로 개항의 지리적 요충지로 존재하며 다사다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음악이 함께했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인천에서 울려 퍼진 '양키 두들', 1885년 제물포를 통해 입국한 개신교 선교사들의 '찬송가', 1896년 독립신문에 기재된 제물포 출신 '전경택 애국가', 1904년 러일전쟁의 화촉점이 된 제물포 해전을 다룬 노래 등 수없이 많은 사건과 사고 곁에 공존한 음악을 주로 편성한 공연이다.

음악을 수단으로 지역의 지난날을 반추하여 후대에 전달하는 과정은 단순히 감정에만 집중하는 음악 활동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이러한 활동은 과거를 발굴하고 해석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과거의 시대성이 담긴 음악을 통해 질문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 때문에 무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에는 사명과 책임이 뒤따른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본 무대를 전달할 때에는 마음가짐을 곱절로 임한다.

오늘 선보이는 음악이 개인의 삶에 어떤 궤적을 남길지 나아가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조심스럽게 무대에 오른다. 문화는 스스로를 복제하여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세대를 걸쳐 전파된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음악은 문화의 한 갈래가 아닌 그 자체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존재한 음악으로 당시 정서와 시대정신을 느끼거나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삶의 영양분이 되어 인생을 살아가거나 설계하는 것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1990년대 프랑스의 교육부 장관 자크 랑은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 소비의 계층을 허문 업적을 남겼다. 학창 시절 음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가 미래의 음악가를 양성하는 목적이 아닌, 문화를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에 의도를 둔 설정이었다. 이는 현재 인천의 모습이다.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미래 주역에게 건강한 내일을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나은 미래를 현재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분투했던 선조의 노고처럼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길잡이가 되고 있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마음가짐은 지역의 역사와 음악에 사명과 책임감을 가지고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