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갈비만 고집하는 당신은…하수입니다

공연도 신선한 맛으로 승부하면 성공하죠

▲ 인천음악협회 백종성 회장이 돼지생갈비 전문점 ‘부암갈비’를 찾았다.
▲ 인천음악협회 백종성 회장이 돼지생갈비 전문점 ‘부암갈비’를 찾았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온라인공연으로 대체됐어요. 하지만 인천음악협회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인천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 펼치는 발코니콘서트를 가져오고 있고,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강화지역을 포함한 등교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힐링하는 콘서트를 들려줬는데 아이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인천음악협회 백종성 회장이 돼지생갈비로 유명한 인천 간석동의 '부암갈비'를 찾아 인천 공연예술계의 현황 이야기를 나눴다.

“정식 명칭이 한국음악협회 인천시지회인데 보통 인천음악협회로 통하죠. 인천음협은 1962년 4월에 설립되어 곧 60주년을 맞게 되는데 현재 회원수가 350명이에요. 인천예총 회원단체로 해마다 팝스 오케스트라 연주회, 협주곡의 밤, 인천음악제 등을 개최해서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음악으로 소통하고, 전국학생 음악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젊은 음악인들을 발굴하는 행사도 갖고 있지요.”

백 회장과 인천음악협회는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38회 제물포예술제'의 개막 공연에 참여했다. “인천예총에서 주최하는 제물포예술제는 1981년 인천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승격한 기념으로 열리고 있는데 음악을 포함,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인천 전문 예술인들의 축제의 장이지요. 올해는 '우리가 사랑한 예술가들'이란 주제로 준비했는데 인천음협은 '웨스트 윈드 오케스트라'의 'Composer 인천'을 선보이며 개막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어요.”

연수구립관악단 단장도 맡고 있는 백 회장은 트럼펫을 전공한 연주가 출신이다. 2010년에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음악아카데미에서 1년 동안 지휘를 공부하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지휘자로 나서게 됐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기였던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휴가를 반납하고 시민들을 위해 발코니공연을 9차례 가진 것이 음악인으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1년 중국 상해국립발레단 초청 공연이 국제교류 측면이나 공연 규모, 준비과정 등을 거치며 많은 것을 배워 제 음악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올해 인천시 문화상의 공연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백 회장은 아쉬움이 많았던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 공연이나 행사 계획 수립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말에 인천음악협회의 밤을 가질 예정인데 코로나 상황이 더 악화돼서 모이기가 힘들 것 같아요. 또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게 현실이지요. 이와 함께 제가 관악전공이다보니 관악으로 하는 오페라나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가수나 배우들이 주역이 아닌 관악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공연이죠. 무엇보다 부암갈비의 돼지생갈비같은 생동감있는 공연을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직접 들려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 집 이야기

생갈비 굽는 방법도 책으로 만든 대를 이은 맛집의 남다른 클래스

▲ 돼지생갈비 전문점 부암갈비에서는 가장자리가 파인 무쇠 불판을 사용한다. 숯불로 달군 불판에는 매일 공수 받은 싱싱한 생갈비와 <br>​​​​​​​함께 테두리에 계란물을 붓거나 꽈리고추를 함께 굽는다.
▲ 돼지생갈비 전문점 부암갈비에서는 가장자리가 파인 무쇠 불판을 사용한다. 숯불로 달군 불판에는 매일 공수 받은 싱싱한 생갈비와 함께 테두리에 계란물을 붓거나 꽈리고추를 함께 굽는다.

“지금은 '부암갈비'하면 돼지생갈비로 유명하지만 처음에는 양념갈비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양념이 떨어진 뒤에 단골손님이 오셨는데 그 손님이 고기가 좋으니까 생갈비로 구워드시겠다고 한 뒤부터 생갈비도 메뉴에 같이 올라가게 됐지요. 30년정도 양념갈비와 생갈비를 함께하다가 양념갈비집이 많아지면서 8~9년전부터 생갈비만 취급하고 있지요.”

인천 남동구 간석동우체국에서 걸어서 1분거리에 있는 돼지생갈비 전문점 '부암갈비'는 창업주인 윤한식 대표와 아들 윤재근씨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으로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소문난 맛집이다. 지난해에 '신지식인', 올해는 '백년가게'에 선정됐고 전국의 맛집 가이드북인 '블루리본 서베이'의 블루리본을 2014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받았다.

“아버님이 서울 종로구 부암동 출신이라 '부암갈비'란 상호로 1978년 10월 당시 만수동 오양산업 입구에서 개업한 뒤 1983년 8월 이 자리로 이전했어요. 저는 13년째 갈비손질부터 손님맞을 준비 등 가게의 전반적인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부암갈비'는 매일 공수되는 국내산 생갈비만 고집하고 있는데, 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생갈비의 본질인 고기는 우선 청주, 나주에서 돼지의 절반을 갈라서 이분도체하는 도축을 해서 1일간 냉장숙성을 해요. 놀란 돼지의 피가 응고되고 조직세포가 긴장돼서 고기가 질겨지기 때문에 부드럽게 하려는 거지요. 다음날 마장동으로 보내 부위별로 발골한 뒤 생갈비 한판으로 절단해서 또 하루 숙성하죠. 마지막으로 십정동에서 저희 가게에 맞춤형 크기로 절단해서 1일 더 숙성한 뒤 가게에 가져오면 주문 즉시 바로 포를 떠서 손님상에 올려요.”

▲ '부암갈비' 윤재근씨가 돼지생갈비를 포를 뜨는 손질을 하고 있다.
▲ '부암갈비' 윤재근씨가 돼지생갈비를 포를 뜨는 손질을 하고 있다.

윤재근씨는 아버지가 닦아놓은 기틀을 좀 더 구체화 시키고 다른 집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랜기간 직접 체험하고 연구해서 만든 직원들을 위한 교육용 자료집에는 마이야르 반응, 레스팅 등 전문용어부터 고기 굽는 방법, 손님들에게 맛있게 먹는 방법 설명요령까지 담겨 있다.“고기는 잘 굽는 손님도 있지만 태우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최소한 평균이상의 고기 맛을 볼 수 있도록 직원들이 직접 구워주게 됐어요. 또 생갈비라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맛의 조화가 고기맛을 좌우한다는게 제 지론이에요. 그래서 느끼한 맛과 개운한 맛의 조화라는 뜻의 '느개느개'란 말을 생각했어요. 생갈비가 뜨거운 불판에서 바로 구워 먹는 패스트푸드라면 김치, 장아찌, 젓갈은 1년이상 숙성, 발효시킨 슬로우푸드인데 두 가지의 조화로 '느개느개' 고기 맛을 본 뒤 계란말이나 젓갈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하며 손님들이 각각 한편의 스토리나 과정을 엮어가는 거지요.”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부암갈비는 대부분의 TV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됐고 유명 연예인도 많이 찾은 집이지만 윤재근씨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손님은 따로 있다. “몇년 전 손님이 몰려서 정말 바쁜 시간에 가끔 오시던 한 분이 '직원들이 불친절해졌고 서비스도 변했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이 잊히지 않아 며칠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바뀌어있더라고요. 손님을 받아내기에 급급했고 무례하게 맞이하고 있던거죠. 당시에는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그분 덕분에 처음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그러면서 아버님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아버님은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셨어요. 고기 다루는 기술보다 정성이 담긴 마음으로 43년동안 꾸준하게 손님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계셨던게 유일한 비법이었죠.”

2~3인석과 4~5인석 테이블이 14개 있다. 주차장은 따로 없어 불편하지만 서울,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 오는 손님도 미리 알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032-425-5538

 


 

그 집 추천 메뉴

뚝배기에 눌어 붙은 젓갈볶음밥…개운함의 극치

돼지생갈비 전문점 ‘부암갈비’ ‘부암갈비’ 윤재근씨가 포를 떠서 손질된 돼지생갈비를 보여주고 있다.
돼지생갈비 전문점 ‘부암갈비’ ‘부암갈비’ 윤재근씨가 포를 떠서 손질된 돼지생갈비를 보여주고 있다.

※ 돼지생갈비

부암갈비에 단 하나만 있는 메인 메뉴. 3일 동안 도축, 발골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냉장 숙성된 싱싱한 돼지생갈비를 매일 공수받아 쓰기 때문에 돼지 자체의 육질이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살코기와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비계의 조화가 독특하다. 주문 즉시 생선회를 뜨듯이 생갈비의 포를 떠서 굽기 편하고 먹기 좋게 길게 펴준다. 숯불로 달궈진 무쇠불판 위에 먼저 꽈리고추와 생갈비를 올려 굽는다. 고기가 구워지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곁들이 삼총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맛을 차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소금을 찍어 먹는데 이 집에서는 토판염을 쓴다. 토판염은 갯벌 흙바닥을 다져서 평평하게 한 토판에 햇볕과 바람으로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천일제염법으로 만든 소금으로 짠맛이 덜하고 단맛이 난다. 두 번째는 고추장아찌와 함께 먹는데 간장으로 숙성시킨 청양고추의 맛깔스러운 매운맛이 고기의 육즙과 만나는 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세 번째는 갓김치에 싸서 먹는다. 여수 돌산 갓김치를 1년에 1톤씩 공수받는데 갓김치 담그는 날은 이틀동안 가게를 쉰다. 네 번째는 기장에서 올라온 갈치속젓을 찍어 먹는다. 다섯 번째는 꽈리고추와 함께 먹는데 꽈리고추는 윤재근씨가 남미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거나, 터키에서 케밥 먹을 때 고추를 구워먹는 것을 응용해서 작년부터 추가했다. 마지막으로는 쌈채소에 곁들이를 취향에 따라 모두 넣거나 하나씩 넣어 싸서 먹기도 하지만 고기만 먹으면 생갈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집의 갓김치, 고추장아찌, 갈치속젓은 1년치를 담근 뒤 만수동 집에 있는 지하 저장고에서 1년동안 숙성해서 깊은 맛이 우러난다.

※ 젓갈볶음밥·계란말이·된장찌개

부암갈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젓갈볶음밥은 센불에 볶아 젓갈의 비린 맛을 날려버리고 참기름의 고소한 맛을 더했다. 손님들이 공깃밥을 젓갈에 비벼 먹는걸 보고 윤재근씨가 개발, 처음에는 젓갈볶음밥을 아는 단골손님들에게만 제공했는데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주방에 레시피를 적어놓아 직원들 누구나 만들기 쉽게해서 새롭게 메뉴에 올렸다. 젓갈볶음밥은 취향에 따라 뚝배기 바닥에 눌은밥을 선호하거나 갈치속젓을 더 넣고 비벼도 된다. 직접 담근 메주를 쓰는 된장찌개는 젓갈볶음밥을 주문하면 따라 나오는데 맛이 진하지 않고 시골할머니의 옛날 된장 맛처럼 담백하다. 주전자에 계란을 미리 풀어놓지 않고 즉석에서 인원수에 맞춰 만들어주는 별미인 계란말이는 불판 가장자리에 남은 돼지생갈비 기름으로 튀기듯이 구워 고소하면서 개운하다.

/글·사진 여승철·장지혜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