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당신의 아침은 무엇으로 시작하십니까?” 20년 전이라면 당연히 인쇄 내음 가득한 종이신문을 집어들면서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침대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부터 집어드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그뿐이랴. 전철 안에서 종이책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과연 종이신문과 종이책은 사라지고 말 것인가? 종이신문의 종말을 알리는 소리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많이 나왔다. 종이신문에 엄청난 위협으로 등장한 인터넷 돌풍을 두고 '완전 태풍'이라 부르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종이신문이 망하고 있는 이유는 신문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광고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데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종이신문에서 인터넷, 모바일 등 디지털 방식으로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의 이런 종말적 운명은 전 세계적 추세다. 종이신문 부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광고는 뭉텅이로 사라지고, 그래서 신문사 문을 닫거나 기자들을 줄이는 극약처방이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종이책의 운명은 어떠한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우선 전자책의 확산이 만만치 않다. 그뿐이랴. SNS부터 유튜브, 웹툰 등 세상에는 종이책 말고 시선을 사로잡을 이야기거리와 디지털 매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책과 독서는 자꾸 생경한 문화가 되고 있다. 당연히 '책'의 운명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종이신문과 종이책은 생명력으로 끝까지 생존할 것이다. 이런 추론은 어떻게 가능한가? 첫째는 종이출판물에 대한 '여전한 선호'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5G 등 정보통신기술이 일상을 바꾸고 있지만, 각종 통계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메모가 가능해서' '보기 편리하기에' '세대와 관계없이 친숙해서' '책 넘길 때의 느낌이 좋아서' 등을 꼽았다. 종이책은 고유의 '향기'와 '여운'이 있다.

전자책은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종이책을 읽을 때의 향기나 읽은 후의 여운을 간직하게 해줄 물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계속해서 디지털 환경을 변화시켜 미래로 나아가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날로그에 대한 선호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둘째는 '종이책 독서의 수월성'이다. 스마트 기기에 의한 독서보다는 기존의 종이책 독서가 훨씬 수월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서 증명되었다.

스마트 기기의 주의(attention)력과 책의 독서(reading)능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서는 필연적으로 '흡광'(吸光)을 필요로 하는 자연적인 인간 행위이나, 스마트 기기는 스스로 강력한 빛을 발산함으로써 수용자의 주의를 끌어들이는 '발광'(發光)매체다. 발광매체들은 사람을 수동적으로 매체에 종속시키고, 멀리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용이하게 해주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분리시켜 놓는다. 이에 반해서 흡광의 인쇄매체(종이책)을 통한 독서는 단순한 책 읽기가 아니다. 책을 읽기 위해 밝혀진 주변을 돌아보며 공감을 나누고 겸허하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행위다. 아울러 '종이책 독서'야 말로 인간의 상상력과 추리력, 창조력의 기반이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셋째는 종이신문과 종이책이 갖는 '매체 고유의 수월성'이다. 인쇄술의 발명이 중세의 기록문화를 소멸시킨 것이 아니라, 중세의 기록문화를 예술과 산업의 형태로 변환 확장시켰다. 이후 인쇄매체의 발달은 오늘의 IT 기술과 4차 산업혁명을 도래케 했다. 사실 종이책과 전자책은 서로 다른 미디어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전자책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종이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 역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 이러한 이유로 종이신문과 종이책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며, 한편으로는 디지털 매체와 IT 산업과도 공생 내지는 상생의 길을 뚝심 있게 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