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름(Trapa japonica Flerow).

이런저런 이유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들과 산에서 자라는 온갖 식물들은 배고픔을 줄여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봄의 여린 잎은 식용으로 줄기는 약용으로, 토실토실한 알뿌리는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주변의 거의 모든 식물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나라는 없을 듯싶다. 문화란 환경에 맞는 생존방식이 굳어져 내려온 것이라는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주장은 이 경우에도 맞을 것 같다.

마름도 예외는 아니다. 마름은 물풀이다. 적당히 부영양화된, 조금은 더러운 물에서 산다. 뿌리는 물 속 땅에 두고 줄기를 수면까지 올려 잎을 띄운 뒤 꽃을 피운다. 그리고 영양 가득한 열매를 맺는다. 가시 있는 마름모꼴 열매를 까면 하얀 밤 같은 속살이 나온다.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오래 전엔 적잖이 쓸모 있는 간식이었다.

/사진·글=이신덕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