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별 방역조치 재량 부여
특정지역 몰림 '풍선효과' 우려
인접 지역 유흥주점 항의 폭주
전문가 “갈등만 발생…조치를”
코로나19 신규 확진(CG)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CG)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지자체 방역 조치를 '재량'으로 둔 방침이 단 하루 만에 논란의 불을 붙였다. 경기도내 똑같은 시설이 행정경계에 따라 어디는 문 열고, 어디는 닫아야 하는 형평성 없는 경우가 발생해서다.

지자체 사이에서는 소상공인과 시민의 불만에 난감해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특정 지역의 시설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25일 경기도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최근 안성시, 동두천시와 인접한 지자체에 유흥주점 업주들 중심으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이 집합금지 됐지만, 안성시와 동두천시에선 이들의 영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안성시는 유흥시설을 밤 11시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카페는 밤 9시까지 매장 이용이 가능하되 이후부턴 포장·배달하도록 했다. 동두천시에선 유흥시설, 카페 등 모두 자정까지 운영할 수 있다.

원칙상 거리 두기 2단계 시 유흥시설은 전면 집합금지, 카페는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하다. 다만, 방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조치할 수 있다. 안성시와 동두천시에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허용한 이유다.

이 같은 조치에 용인, 평택, 양주 등 인접한 지자체가 난처해졌다. “저기는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일부 업주들의 항의에 부딪힌 것이다.

평택시의 경우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평택안성시지부에서 시장 면담까지 요청한 상태다.

평택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 상황에선 소상공인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며 “안성시에서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시민의 혼란과 갈등만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기야 경기도가 지난 24일 2단계부터는 자율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문을 중앙부처에 보내기도 했다. 또 안성시와 동두천시에 방역 조치를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안성시는 방역 강화를 급히 검토하고 있고, 동두천시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방침은 논란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 내 시민이 특정 지역에만 거주하는 게 아닌데 영업 허용을 달리하는 것은 갈등은 갈등대로, 방역은 방역대로 안 좋은 결과가 될 것”이라며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며 선제 방역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광역지자체에선 그렇다 치더라도 기초지자체에서조차 거리 두기를 달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