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공병상 '전체의 10%' 뿐
평균 71%인 OECD국가 중 꼴찌
경기 올초 코로나병원 지정후 '0'
의료취약층 병원 찾다 숨지기도
코로나19 확진자에 공공의료원 병상을 내준 사회적 취약계층이 의료공백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과 성남시립의료원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병원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의료원의 병상 수는 16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19가 퍼지며 이들 의료원은 모두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면서 기존에 입원했던 사람들은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퇴원해 집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특히 값비싼 민간병원의 의료비를 낼 수 없어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했던 기초생활수급자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AIDS) 환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 조사 결과 보고회'에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보고됐다.

다산인권센터와 건강과 대안,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 7월28일부터 8월25일까지 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후 피해 당사자 등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HIV감염인인 A씨는 일터에서 기계조작 중 엄지손가락에 상처를 입어 봉합 수술이 필요한 위급상황에 처했다. 구급차를 불러 수술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했으나, HIV감염과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실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14시간 동안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맸다.

이주노동자인 B씨는 심장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이용하려 했으나,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들었다. 그는 열도, 기침도 없었지만 '당신들은 거짓말해서 입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용이 거절됐다. 기숙사로 돌아와 코로나19 검사결과를 기다리던 그는 급격한 통증으로 병원에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판자촌에 거주하는 C씨는 지난 8월 몸에 통증이 생겨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갔다. 그러나 열이 난다는 이유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한 채 3곳의 병원을 전전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진통제로 버티며 이틀 후 공공의료원에 외래진료를 가 치료받기 전까지 그는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렸다. 그는 과거 패혈증으로 두 다리를 절단한 바 있다.

조사단은 코로나19로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공공병상 수치는 전체 병상의 10.2%로 OECD가입국가 중 최하위이며, 평균 71.4%에 턱없이 모자라다.

조사단은 “쪽방 주민과 노숙인, 이주노동자, HIV감염인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은 적은 수의 공공병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코로나 19위기 속에서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이들의 건강권을 위해 공공의료를 확충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로 이어진 흐름에서 보듯 언제든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며 “최소한 공공병원에 의존하던 사회적 취약계층이 구급차에 탄 채 길거리에서 방치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