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의, 전액 삭감 가능성
경기도의회 전경. /사진출처=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경기도의회 전경. /사진출처=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이재명 경기지사 핵심 정책인 '농민기본소득'의 예산 통과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앞서 열린 경기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조례 없이 예산을 편성했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른 이 사업은 경기도의회 예산 심의 첫날에서도 관련 질책이 이어지면서 전액 삭감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는 도 농정해양국에서 제출한 2021년 예산안을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승현(민주당·안산4) 도의원은은 “행정 절차가 미흡한 상태에서 농민기본소득 관련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 도의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모르겠다”며 “조례가 없어서 예산을 심의할 수도 의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회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도는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며 “별다른 노력도 없이 예산 통과를 바라는 행동도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도는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농민기본소득 지원을 위한 예산 176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예산은 도내 31개 시·군 중 농민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도에 밝힌 4개 시·군(안성·여주·연천·포천)에 지원되는 사업비다. 현재 해당 시·군내 5만5000여명에 달하는 농민이 있어, 이들에게 1인당 60만원(월 5만원)을 도비와 시·군비로 반반씩 지급한다는 게 도의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될 조례가 아직 계류 중이라는 데 있다. 당초 지난 9월 열린 346회 임시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관련 조례안은 형평성 문제 등으로 보류된 상태다.

이를 두고 김철환(민주당·김포3) 도의원은 “도 사업 중 '해양레저 인력양성'이 있다. 이는 해양 사고를 막기 위한 정비사를 키우는 사업이고, 이를 위해선 국가 지정 업체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이 기관은 유일하게 도에만 있는데도 당초 대비 예산이 2억3500만원 삭감된 것은 문제”라며 “이처럼 도가 꼭 필요한 사업에는 신경을 안 쓰고 오직 농민기본소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도 농정해양국은 오로지 농민기본소득이면 된다는 입장인가”고 질책했다.

도의회 기본소득특별위원장인 백승기(민주당·안성2) 도의원 역시 “청년 농업인을 위한 사업부터 농기계 대여 등 도내 농업 부흥을 위한 사업 예산은 모두 감액한 도가 농민기본소득에만 매몰돼 있다”며 “도내 농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오히려 도가 농업을 다 죽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김충범 도 농정해양국장은 “조례 없이 예산을 세운 것은 조례가 통과될 것이란 기대 속에 먼저 세운 것이다. 조례 통과를 확인하고 세운다면 너무 늦어질 것 같다고 판단했는데,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죄송하다”며 “다만 다른 사업과 농민기본소득은 별개로 진행했다. 특정 사업에만 힘을 쓴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