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골목상권 '신선식품 취급 공동물류센터' 시급

633개 슈퍼점포로 손 꼽히는 협동조합
2009년 전국 첫 대기업 출점제한 이끌어
2013년 100% 조합원 출자 물류센터세워
작년 일본 수출규제 맞선 불매운동 효시

대기업 편의점 전환늘며 어려운 상황
물류센터 4곳·담배점 거리 100m 촉구

신선식품 저가 공급 공동물류센터 필요
물류센터옆 시유지 시에 저가 임대 요청
시 부서 설립 … 대기업 상생안 마련해야
▲ 2013년 100% 조합원 출자로 건립된 인천 서구 백석동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는 중간 유통 가격보다 10~15% 저렴하게 중소 슈퍼마켓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3072㎡에 불과해 신선식품을 유통하려면 냉동·냉장시설의 확충이 요구된다. 사진은 물류센터 내부모습과 /사진제공=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
▲ 인천 서구 백석동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트럭 모습 /사진제공=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

2021년 창립 32년을 앞둔 인천광역시수퍼마켓협동조합은 334명의 출자조합원에 1530명의 이용 회원수, 663개 슈퍼점포를 갖춘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협동조합이다. 2009년 전국 최초로 대형유통업체를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해 첫 입점제한을 이끌어 냈다. 2013년에는 100% 조합원 출자로 공동물류센터를 조성해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골목상권 일본불매운동의 효시가 됐다.

그러나 골목상권 붕괴로 문을 닫거나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조합원이 늘면서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은 기울어져가는 원도심 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협동조합은 인천시에 300만 인천시민의 규모에 걸맞게 인천전역을 담당할 수 있는 최소 4개권역 공동물류센터 건립 및 운영, 담배소매인 거리제한을 서울과 경기처럼 현행 50m에서 100m로 확대하는 조례 제정 등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 조합원 교육.
▲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 조합원 교육.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행동

2009년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은 대형유통업체인 삼성테스코를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격화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와 중소 슈퍼마켓 사이의 분쟁으로 사업조정 신청이 제기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사업조정 신청이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해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협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사실 조사와 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연기하거나 생산품목,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할 수 있는 제도다.

당시 중소기업청(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은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에 대해 일시정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인천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대형유통업체의 골목길 침투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 운동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여곡절을 거쳐 소상공인 및 동네 슈퍼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이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에서 대형 유통업체 입점 등에 있어서 정책 결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10년 후인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전국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여기에 불이 지핀 것은 인천지역 동네 마트와 편의점, 식자재마트,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 소매점이었다.

협동조합이 중심이 돼 인천상인연합회, 한국마트협회인천지회, 인천시도소매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 등이 인천범시민불매운동조직체를 구성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일본산 맥주를 중심으로 일본제품은 판매전시대에서 빼버려 아예 팔지도 않겠다고 결의한 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인천 내 62개 전통시장 점포 대다수가 가입돼 있는 인천상인연합회, 동네마트 50여 곳이 소속된 한국마트협회 인천지회, 슈퍼와 일반 소매점 1600여 곳이 가입된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이 중심이 됐다. 골목길, 풀뿌리 유통업체까지 참여한 일본불매운동은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경제활동이 됐다.

2019년 시작된 지역화폐 인천e음은 지역 내 대표적인 역외소비 창구 역할을 하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 매출을 골목상권의 대표 업종인 일반 편의점, 동네 슈퍼로 대체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역화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단체 중 하나가 바로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이었다. 조합에서는 종이상품권에서 직불카드형 상품권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실제 인천e음카드 보급에도 앞장섰다. 전국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에서 지역화폐(인천e음카드)로 결재가 가능한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지역주민은 물론 인천지역 외 거주자의 인천e음 사용액이 늘어나는데 기여를 하면서 선순환 구조의 경제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 인천 서구 백석동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외부 전경. /사진제공=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
▲ 인천 서구 백석동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외부 전경. /사진제공=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

▲골목상권 붕괴 막을 버팀목 공동물류센터 절실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유통업체 및 대기업 체인업체, 대형식자재 위주의 과포화 된 유통시장 구조로 골목상권이 위협받고 있다.

인구 300만의 인천에는 대형마트 27개, 대형할인매장 2개, 쇼핑센터 9개, 백화점 5개, 복합쇼핑몰 1개, 다이소 66개가 존재한다. 슈퍼·편의점은 6000여개로 추정된다.

골목상권을 상징하는 슈퍼는 2019년 7월 기준 1897개로 2015년 4502개에 비해 42%에 불과한 수치로 급감했다. 4년 반 만에 2605개의 골목슈퍼가 사라졌거나 대기업 편의점으로 대체된 것이다.

성장하는 도시 인천에서 신도심, 원도심 간 불균형은 상권에서도 외국계 대형유통업과 대기업 중심의 상권의 성장 및 포화에 대한 골목상권의 붕괴로 대변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인천 중소 슈퍼마켓 상인들은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에서 신선식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인천시에 지원을 요청했다.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은 최근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중소 슈퍼마켓의 경영난이 심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를 통해 골목 슈퍼마켓에 신선 식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산품은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채소·과일·축산 등 신선식품은 슈퍼마켓에서 사는 경우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인천지역 중소 슈퍼마켓이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 식품을 판매하려면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를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는 게 협동조합의 설명이다.

인천 서구 백석동에 있는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는 중간 유통 가격보다 10~15% 저렴하게 중소 슈퍼마켓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곳은 규모가 작아 신선식품을 취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신선식품을 유통하려면 큰 규모의 냉동·냉장시설이 필요한데, 현재 창고 면적은 307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는 조합원의 자금으로만 운용되고 있어서 일반 공산품보다 폐기율이 높은 신선식품을 유통하기 벅찬 상황이다.

협동조합은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를 확장하기 위해 현 물류센터 옆 시유지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달라고 인천시에 요구했다. 임차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792㎡ 규모의 창고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한편 협동조합은 10여 년 간 부실 운영 논란을 빚었던 중구 신흥동 3가의 인천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새 운영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최소 4개권역 공동도매물류센터의 길을 텄다.

신흥동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는 생산 업체부터 중소 슈퍼마켓까지의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중소 슈퍼마켓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2010년 설립됐으나, 운영권을 수탁한 업체가 불법 전대 계약을 맺는 등 불법으로 운영한 사실이 들어나면서 수년간 백석동 공동물류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협동조합에 기회가 생겼다.

협동조합은 앞으로 3년간 인천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를 운영한다.

 

▲과제는?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가진 인구 300만의 인프라를 갖춘 물류도시임에도 유통과 물류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부서가 없어 물류시책을 추진하고 반영할 부서의 신설이 절실이 요구된다. 특히 중소, 소상공 유통물류정책은 전무한 상태다. 백석동 물류센터 옆 시유지 임대가 수년째 정체된 것에도 이러한 정책적 난맥상이 드러난다.

백석동 물류센터와 직선거리로 4㎞에 들어설 청라신세계복합쇼핑몰과 중소유통업계와의 상생방안 마련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쇼핑몰 내에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등 신세계 소유의 대형유통업체 입점이 예정돼 있다. 일부 시설을 축소하고 지역 중소유통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상생방안 마련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중심의 소규모 영세업체인 골목 슈퍼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경쟁을 펼쳐 골목상권을 지킬 수 있도록 지역 로컬푸드 및 사회적경제와 연계된 상생형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최소 4개권역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거대공룡 골목 침투 막아낼 것”

 

▲ 송경수 이사장
/송경수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이사장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의 역사는 대한민국 소상공인 운동의 역사입니다. 거대 공룡에 맞서 골목상권을 지키는 사례를 인천에서 만들고 싶습니다.”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은 200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형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골목상권 입점에 맞서 사업조성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중소기업청은 일시정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인천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돼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투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 운동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에는 인천지역 소상공을 위한 중소유통업의 물류시설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서구 백석동에 약 2000평 규모의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를 건립해 운영중이다.

타 지역 공동도매센터가 정부 및 자치단체 지원을 받는 것과는 달리 100% 조합회원사의 출자로 운영되는 것은 인천이 유일하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전국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기 시작했을 때 조합은 일본맥주를 중심으로 일본제품을 전시도, 판매도 안겠다고 선두에 섰다.

송경수 이사장은 “인천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소상공인 운동의 역사라 할 만큼 역사적 한 획을 긋는 운동을 활발히 벌여왔다”면서 “조합원의 생존과 권익신장을 위한 활동을 통해 제도개선을 이뤄냈다. 지역사회에서 이 같은 활동의 성과를 인정하고 상생형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와 사회적경제 생산품을 300만 인천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백석동 센터는 조합원 출자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100% 출자를 하면서 현재도 부채를 안고 있다. 타 지역의 경우 정부 60%, 자치단체 30%, 지역 협동조합 10%의 출자로 물류센터를 건립한다.

그는 “다른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들여 중소 슈퍼마켓을 위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천은 상인들의 자금으로 해당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슈퍼마켓을 위해 인천시가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e음카드가 인천지역 외 거주자의 인천e음 사용이 늘고, 지역주민이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되는 역외소비를 줄여 생산과 소비가 지역에서 순환되는 선순환 구조의 경제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원도심 곳곳에서 동네 사랑방 노릇을 하고 있는 골목상권의 터줏대감 동네 슈퍼가 구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원도심 활성화의 시작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자치단체 및 지역사회에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서울과 경기에서 시행하고 있는 담배소매인 거리제한을 현행 50m에서 100m로 조정하는 취지의 조례 개정 등 '맞춤형' 지원과 정책이 시급하다.

송 이사장은 “인천시가 상당한 예산을 들여 원도심 및 인천e음 활성화에 나선 것은 지역사회에서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 아니겠느냐”며 “골목상권을 지키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 바로 동네 슈퍼가 차지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위치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동네 슈퍼를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