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서 머리 숙여 사죄
재심 선고공판은 내달 17일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결심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결심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춘재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20년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게 머리 숙여 사죄했다. 윤씨는 평생 지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살인자라는 멍에를 벗을 전망이다.

검찰은 19일 수원지방법원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 심의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공판검사는 “그간 재판과정에서 윤씨의 유죄증거로 사용됐던 여러 증거에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증거에)오류가 있었음에도 면밀히 살피지 못해 사건의 규명에 실패해 피고인으로 하여금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것에 수사 최고 책임자인 검찰을 대신해 머리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고인이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된 이상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씨는 이춘재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당시 13살이던 박모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윤씨는 이듬해 1989년 연행된 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법원에 항소했지만 2심과 3심 재판에서 기각되며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8월 가석방됐다.

윤씨는 지난해 이춘재가 이 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하자 11월 13일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는 지난 2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내가 진범”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의 구형은 구속력을 가지지 않아 재판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검찰의 의견을 참고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윤씨가 그간 살아온 생애를 담은 각종 영상이 참고자료로 제출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모친을 잃고 모진 핍박을 받으며 농기계 정비 기술을 배우던 시절, 8차 사건 진범으로 체포돼 3일간 잠을 자지 못했던 기억, 출소 후 소아마비에도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하는 모습 등이 영상과 함께 설명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무죄를 호소하는 본인을 지지해줬던 교도관과 수녀 등에게 감사를 전했다.

윤씨의 재심사건 선고공판은 오는 12월17일 열린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