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경제 중심 획일화 탈피, 다양성 추구해야
<표> 세계 지역화폐의 유형별 특징 비교

현재 세계 3,000여 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역화폐(Local Currency)’가 통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화폐는 지역주민들이 자주적으로 설계·발행·관리하고 특정한 지역·커뮤니티 내에서만 유통되는 이자가 붙지 않는 화폐이며, 또한 지역사회 시민들을 결합시켜 공통의 가치나 관심사를 표현·전달·공유하기 위한 매체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지역화폐는 그 사용영역을 특정 지역에 한정해 화폐의 역내 유통에 따른 순환형 경제구조 형성(지산지소(地産地消), 경제 자급률 제고, 내생적 물질순환 등)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커뮤니티 재생에 기여하는 정책적, 시민실천적 대응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서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지역화폐를 발행목적별로 살펴보면, ① 자금융통형, ② 커뮤니케이션형, ③ 소비촉진형, ④ 환경복원형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금융통형은 지역 및 커뮤니티 운영에 기여하는 비영리단체(NPO) 등에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지역화폐로서, 스위스의 WIR, 캐나다의 Torento Dollar, 프랑스의 SoNantes 등이 대표적이다. 스위스의 WIR와 프랑스의 SoNantes의 경우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고안되었으며,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저금리 대출 및 상환에 있어 지역화폐를 적극 활용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또한 캐나다의 Toronto Dollar 경우에는 사용금액의 10%를 기금으로 적립하고 지역사회 단체를 돕기 위한 자금으로 쓰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둘째, 커뮤니케이션형은 지역과 커뮤니티의 상호부조를 촉진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지역화폐로서, 캐나다의 LETS, 일본의 ATOM, 우리나라의 Hanbat LETS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도쿄의 다카다바바 지역에서 운영 중인 ATOM의 경우 지역사회, 환경, 국제협력, 교육 등 4가지 원칙에 맞는 프로젝트나 이벤트에 시민들이 참여토록 유도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형 LETS인 Hanbat LETS의 경우는 지역의 소상인 및 NPO 등을 연계하여 지역 내 자원봉사 등을 포인트화하여 해당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셋째, 소비촉진형은 지역상품권과 유사하며 재화나 서비스의 구매 시 그 수단으로 이용하는 지역화폐로서, 독일의 Chiemgauer, 영국의 Bristol Pound, 일본의 Turetette Card, 우리나라의 인천e음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Chiemgauer의 가장 큰 특징은 3개월마다 화폐가치가 2%씩 줄어든다는 점이다. 즉, 사용하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축장되지 않고 화폐 사용이 촉진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시민사회 주도형’ 지역화폐로 유명한 영국의 Bristol Pound의 경우는 최근에 지역화폐를 세금과 연계시키고, 세수로 거둬들인 Bristol Pound를 간호 요양, 복지지원금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지역화폐를 활용해 오고 있다. 국내 지역화폐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인천e음의 경우는 사용액의 6%(인천지역 전체)를 현금으로 되돌려 주는 ‘캐시백 서비스’ 도입을 통해 이용자 수의 확대와 거래액 증가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넷째, 환경복원형은 지역공동체 내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행하는 지역화폐로서 일본의 Earthday Money, Mori-Ken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도쿄의 시부야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Earthday Money는 일반 개인이나 NPO에 의한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지역 상점을 운영하는 여러 주체들과 연결시키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Mori-ken은 산림 내 임지잔재나 간벌재를 시중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뒤 지역화폐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은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순환형 임업의 실천이며, 간벌재라는 자연자원에 대한 대가로서 지역화폐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위와 같은 세계 지역화폐의 유형별 특징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지역화폐의 다양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늘날 지역화폐는 기존 법정화폐와 달리 경제적 거래행위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부조나 지역사회공헌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는 경제 활성화 중심의 획일화된 지역화폐의 확산 움직임 속에서 다양한 지역화폐의 실험이 시도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Earthday Money, Mori-Ken 사례에서처럼 지역의 생태계 보전이나 자연자원을 담보로 한 지역화폐의 실험 시도는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하나의 실천적 방안이 될 수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역화폐의 형태와 제도 운영의 다양성은 ‘시민화폐(Citizen Currency)’로서의 지역화폐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하는 시민적 토양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Niigata University(Japan) 경제학 박사<br>
-Niigata University(Japan)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