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맛이 대중에게 통하듯 … 출판업 새로운 콘텐츠로 승부해야

▲ 디자인기업 '글소리'의 최기수 대표가 인천 구월동에 있는 특수부위 전문점 '한점한점'을 찾았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온라인이 필수가 된 시대에 출판업계도 전자책이라든지 유튜브의 '책 읽어주는 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기업 '글소리'의 최기수 대표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돼지고기 특수부위 전문점 '한점한점'을 찾아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인천 출판계의 올 한해를 돌아보고 발전 방향 대해 고민을 나눴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전시 등 행사가 취소되면서 이에 따른 포스터, 리플렛 등 각종 홍보물이 엄청 줄었고,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학교 관련 일도 거의 없어졌지요. 가을 되면서 조금 회복됐지만, 지난해보다 매출은 바닥을 치고 있어요. 종이 책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은 이미 책보다는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문화콘텐츠를 소비하고 접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계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저희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온라인 사업의 비중을 높이려고 해요.”

최 대표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글소리'를 단순한 출판사라 하지 않고 디자인기업이라고 소개한다. “디자인이 출판의 한 요소이지만, 디자인이 없는 상품은 소비자들이 외면하죠. 일상사에 디자인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져서 단순한 개념에서 고급화된 디자인을 입혀 출판 분야의 새 영역으로 삼으려고 해요.”

최 대표는 지난해 6개 출판업체 대표들이 모여 출범한 인천출판협동조합의 부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출판협동조합은 독서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구성하거나, 북 페스티벌을 열어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거나, 작가들을 발굴하는 사업을 벌이려는 구상이었지요.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0월 미추홀구 도화동에 있던 물류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복합문화공간 '베리 굿 타임(Very Good Time)'이지요. 개관 행사에는 영화배우 문소리씨의 책 낭독회를 비롯한 독서 토론 등을 가졌죠. 올해 1주년을 맞아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는데 역시 코로나 영향으로 공간은 현재 비어있는 상태지요.”

디자인기업 '글소리'는 19일부터 강화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육축전을 강화교육청과 함께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올해는 코로나로 온라인 축전으로 전환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들이 참가하는데 홈페이지에 플랫폼을 만들어 영상이나 교육 자재들을 탑재하고 강화를 주제로 한 체험키트도 9종을 개발했어요. 예를 들어 강화 역사에 대해 블루마블을 활용한 '강화마블'이란 게임을 하는거지요. 전국에서 첫 번째 사례인데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아요.”

인천 토박이인 최 대표는 대인고를 나와 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인천 출판문화계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젊은 일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이 2015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책의 수도로 많은 행사를 가졌지만 정작 독서문화진흥조례조차 없는 유일한 곳이란 사실을 알고 시의원들을 설득해서 어렵게 조례를 만들었어요. 인천 출판계가 좀 더 좋은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면 '한점한점'이 특수부위라는 콘텐츠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처럼 매력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알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집 이야기]

오돌갈비 국내산, 꽃살은 이베리코 …연극배우 출신 사장의 예술적 초이스

‘한점한점’ 김태범 대표 특수부위 전문점 '한점한점' 김태범 대표가 꽃살주물럭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한점한점’ 김태범 대표 특수부위 전문점 '한점한점' 김태범 대표가 꽃살주물럭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고기 한점한점마다 정성을 다해 손질하고 요리해서 손님께 드리자는 뜻으로 가게 이름을 '한점한점'으로 지었어요.”

인천 남동구 구월동 수협사거리에 있는 돼지고기 꽃살, 뱃살, 목살 등 특수부위 전문점 '한점한점' 김태범 대표는 3년전까지만 해도 인천시립극단 단원이었던 연극배우 출신이다. “2010년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시립극단에 들어갔어요.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연기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 2016년부터 공황장애가 온거에요. 두차례 응급실에 실려 가고 병가를 내고 쉬어보기도 했지만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다른 단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2017년 12월에 극단을 나오게 됐지요. 뭔가 일을 해야겠는데 원래 제가 고기를 좋아하고 음식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맛보게 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삼겹살집이나 갈빗집은 너무 많아서 차별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특수부위로 승부를 보자하고 막창, 목살, 오돌갈비 세 개의 메뉴로 시작한게 '한점한점'이에요.”

특수부위는 특성상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많지 않다. 또 양이 적어 특수부위를 다루는 작업장도 한정돼 있어서 거래처가 부위마다 다르다. “오돌갈비는 돼지 한 마리당 150g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양이 적은 그야말로 특수부위죠. 목살, 오돌갈비, 껍데기는 국내산을 쓰고 꽃살, 뱃살은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를 쓰는데 단가가 국내산보다 훨씬 높아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는 대건고와 인하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연극은 인하대 연극반에서 시작했는데 대학을 졸업한 뒤 2000년부터 서울 대학로 연극판에서 박철민, 박광정 등 연극선배들과 극단을 창단하고 연기 실력을 다져나갔다. “대학로에서 열심히 대사 외우고 선배들에게 연기 지도도 받으며 공연 준비해서 무대에 작품 올리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러던 중 2007년도에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첫 기획공연으로 임영웅 감독님의 '사랑과 우연의 장난'이라는 작품의 주연배우를 오디션을 통해 뽑았는데 제가 남자 주인공으로 선발됐어요. 프랑스 작가 피에드 마리보의 작품인데 '맹진사댁 경사'와 비슷한 내용이에요. 더블캐스팅이었는데 남자 주인공 도랑트 역은 저와 김석훈씨가 발탁됐고 여자 주인공 실비아 역은 당시 신인이었던 이민정씨가 맡게 됐지요. 공연도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저의 연기 인생의 절정기였던 것 같아요.”

김 대표는 희곡에도 자질을 보여 국립극단과 평화신문 희곡 공모 등에도 몇차례 당선이 됐다. 지금도 연극을 함께 하던 인하대 연극반과 대학로 선후배들이 찾아와 연극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코로나 이후에는 저녁 먹고 반주 간단히 하고 일찍 귀가하는 추세로 바뀌더라고요. 저희 가게가 오후 4시에 문을 여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당시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저는 오히려 잘 쉬었다고 생각해요.”

4~5인석 테이블 8개가 있고 주차는 주변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032-433-4210

 


[그 집 추천 메뉴]

시원한 육수 속 잘 익은 오이소박이 … 특수부위 대장정의 끝판왕

※ 꽃살, 뱃살, 목살

특수부위 전문점 '한점한점'의 생고기 삼총사. 이 집에서는 목살은 국내산을 쓰지만 꽃살, 뱃살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세계 4대진미 중 하나'로 불리는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를 쓴다. 이베리코 돼지는 참나무 숲에서 방목으로 키우는데 야생 도토리 등을 주워 먹고 자라 근육에 지방을 축적하는 특성이 뛰어나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의 풍미가 살아있다. 꽃살, 뱃살, 목살은 냉동상태로 들어오는데 공기에 산화되면 고기 색깔이 시커멓게 변하기 때문에 진공상태에서 해동한다. 1인분씩 나눠 3일정도 숙성한 뒤 비계 등을 손질해서 다시 2일동안 냉장보관하면 육질이 단단해지고 고기 색이 선명해진다. 구운 꽃살, 뱃살, 목살은 함초액으로 천일염을 볶아 고소한 맛이 뛰어난 함초소금이나 고추냉이와 마요네즈에 간마늘을 넣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특수부위의 특별하고 색다른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 오돌갈비

오돌갈비는 삼겹살에 오돌뼈가 박혀 있는 부위를 잘라 오돌뼈는 망치로 잘게 다진 뒤 고기는 칼집을 낸다. 주문과 동시에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버무려 고기의 담백함을 보여준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숯불에 구운 오돌갈비는 양념이 배어있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오돌오돌한 감촉을 보여주는 식감이 뛰어나지만,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올라간다.

 

※ 칼집껍데기

이름 그대로 칼집을 낸 돼지껍데기는 초벌구이해서 나오는데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불판에 올리면 달구어질수록 오그라들어 굽어지는 모양이 침샘을 자극한다. 고소하고도 은은하게 풍기는 냄새에 한 조각 집어 콩가루를 찍어 먹으면 환상적인 감촉을 보여주는 씹는 맛이 쫀득하면서 부드럽다.

 

※ 계란밥, 오이소박이국수

고기 먹은 뒤 입안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사이드 메뉴.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있는 계란밥은 반숙 노른자를 터뜨려 밥 한 숟가락과 먹고 나머지 밥과 달걀을 비벼 고기와 함께 싸먹으면 다른 반찬을 곁들이지 않아도 좋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오이소박이 김치와 시원한 육수에 말은 국수는 새콤하면서 아삭한 오이의 식감으로 개운하게 고기 향을 씻어준다.

 

/글·사진 여승철·장지혜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