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 주인공, 하승균 전 총경 별세]

수사팀 해체 후에도 조사 손 못떼
2003년엔 자전적 에세이 발간도
14일 산책 중 심장마비 향년 74세
▲ 하승균 전 총경이 지난해 9월 범인으로 특정된 이춘재 소식을 접하고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감격에 겨워 울먹이고 있었고, 한참 울었다.”

지난해 9월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일어난 경기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경찰이 33년 만에 특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승균 전 총경이 옛 동료와 나눈 대화이다.

지난 14일 별세한 하승균 전 총경이 16일 수원 승화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74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당시 수사팀장이자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주인공인 하 전 총경은 지난 14일 산책하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주인공 역을 맡은 박두만 형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하 전 총경은 이춘재 사건 당시 경기도에서 알아주는 '강력형사'로 불리며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재직했다. 1986년 12월 4차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수사에 가담했다. 9차사건(1990)때까지 수사를 이어오면서 용의자를 쫓는데 경찰 생활 전부를 걸었다.

안타깝게도 수사팀이 해체되면서 끝내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했다.

이 때문일까. 그는 다른 지역,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면서도 수사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화성사건과 수법이 조금이라도 유사하면 '그놈 지금 나이가 몇 살이냐', '혹시 화성지역에서 1980~90년대까지 거주했거나, 직장 연고가 있지는 않았냐' 등을 습관적으로 물어봤다. 2003년에는 당시의 경험과 기록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1991년 4월 3일 발생한 10차 사건의 공소시효 완성날인 2006년 4월 2일을 두 달 앞둔 2월 퇴직했다. 경찰복을 벗은 지 14년이 넘겼지만, 최근에도 사건 전모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후배 형사들과 자주 만나 사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용의자를 추적해 왔다.

생전에 그는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잊을 수 없어 퇴직한 이후에도 밤잠을 설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해 9월 18일 이춘재가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특정되자 하 전 총경은 감격에 겨워 한참을 울었다. 당시 그는 “목격자의 진술과 당시 자료가 내 머릿속에 다 있다. 내가 그려온 범인이 맞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그놈이 처벌받을 수 없어 화가 난다”고 말하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