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북한 문화유산·한국사 인식 학술회의'
고구려·고려 문화 다수…북 국보 등 21% 소재
“정부차원 체계적 관리·보존 시스템 구축해야”

고려 궁궐 회경전, 선경전으로 명칭 변경 논의도
▲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13일 박물관에서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고려사학회와 '북한의 문화유산과 한국사 인식'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역사문화 전문가들이 남북역사문화 교류사업의 대상지로 개성, 평양에 이어 황해도를 주목하고 있다. '금강산 신계사 대웅전지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 등에 이은 다음 공동발굴조사의 대상지는 유수한 고구려와 고려의 문화적 유산이 다수 남아있는 황해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경기도박물관은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고려사학회와 함께 '북한의 문화유산과 한국사 인식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황해도의 문화 유산 보존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실제 황해도에는 국보유적 40개, 준국보 유적 380개(2009년 기준) 등 북한 국보와 준국보의 평균 21%가 소재해 있다.

황해도의 문화재와 문화유산 관련, 첫 기조 연설을 맡은 홍영의 국민대 교수는 “남북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교류 사업에서 개성과 평양 이외의 지역을 주목한다면 다음은 황해도가 되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우리의 민족공동자산인 북한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안정적 교류 협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북한문화재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 관리와 보존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상교통로 및 교류 관련 유적에 대한 학술조사와 발굴, 답사를 비롯해 황해도 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했던 은율탈춤이나 봉산탈춤 등 인적 자원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남북 역사용어 공동연구를 재개하고 발굴조사와 관광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최근까지 일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황해도 원산리 가마터를 중심으로 해주가마나 해령가마 등 황해도 지역의 청자문화의 연구도 주목됐다. 또 파주에 남아 있는 율곡 이이 묘소와 율곡 이이의 문인들에 의해 건립된 서원들을 남북공동사업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됐다.

이날 고려 궁궐 '회경전'을 '선경전'으로 명칭 변경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승연 경기도박물관 학예사는 양정석 수원대 교수가 발표한 '고려궁궐 회경전 일곽의 VR복원 과정에서의 이미지 변화와 활용'과 관련, “고려사에서 인종 16년 모든 전(殿), 각(閣) 및 궁(宮), 문(門)의 이름을 고칠 때 회경전은 선경전으로 고쳤다는 기록이 있다”며 “논고에서 다루는 회경전은 그 전각명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마지막에 존속했던 유구를 대상으로 한 복원이기에 회경전이 아닌 선경전으로 지칭해야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양 교수는 “복원을 시작할 때 회경전이었지만 사료분석을 통해 끝날 때는 선경전이 었기 때문에 선경전으로 지칭 변경을 하는 것이 맞다”며 “회경전의 원래 모습은 알 수 없는 상태고 평면적으로 알 수 있는 유일한 건물이 선경전이기 때문에 선경전으로 지칭 변경하는 것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문화재 조사와 원형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북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북한은 과학적 장비와 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문화재 관련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며 전문 지식을 가진 기술자 부족과 관련 교육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고려박물관처럼 지역의 중요 유적과 기념물 주변으로 인근의 유물, 유적을 모아두게 되면 좁은 공간에서 많은 자료를 볼 수 있으나 유적의 경우 본래 자리했던 곳의 원형에 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