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준비 중인 정책의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뒤집는 내용이다. 트럼프의 지난 4년 행적 지우기라 할 수 있겠다. 우선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인수위원회는 “주지사 및 시장들과 협력하고, 국민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를 두려워말라”며 마스크 착용 권장에 거부감을 드러냈던 트럼프와는 반대다. 트럼프가 탈퇴를 통보한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 복원도 선언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내년 1월20일 취임식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2015년 파리협약 체결을 주도했지만, 트럼프가 취임 다섯달 만에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렸던 법인세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율도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에서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전쟁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재활성화하고, 이슬람권 6개국에 대한 미국 입국비자 금지도 해제할 계획이다. 혐오와 인종차별, 국제법과 관용의 파괴로 일관했던 트럼프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바이든의 과제는 무궁무진하다. 미국이 오랜기간 대내외적으로 지켜온 보편적 가치와 시스템을 트럼프가 거의 절단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으로 가치관을 공유했으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협약과 질서를 무시해온 트럼프로 인해 반목상태에 이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는 방위비분담금을 5배 가량 인상하려 했으나, 바이든은 “한국이 태평양지역 안보와 번영에 있어 린치핀(핵심축)”이라고 강조한 만큼 분담금 협상이 합리적 수준에서 타결돼야 할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반(反) 중국 전선'을 형성하고 한국에 동참을 압박해온 태도도 바꿔야 한다.

바이든의 성공 비결은 복잡하면서도 간단하다. '트럼프와 반대로' 하면 된다. 트럼프 4년 동안 추락을 거듭한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미국을 다시 존경받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바이든의 의지가 실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