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내달 출소 앞두고 악몽 시달려
2억여원 성금 보태 타지 전셋집 가계약

나영 부 “조 안산행, 짐승만도 못한 짓”
“모금 은혜 어떻게 갚을지 …” 감사인사
▲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인 조두순의 출소를 두 달여 앞두고 안산시내에서 시 관계자들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인천일보DB
12년 전 조두순의 끔찍한 범행으로 피해를 받았던 '나영이(가명)' 가족들이 결국 안산을 떠난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보름 전쯤부터 이사할 집을 구하기 시작해 최근 다른 지역의 전셋집을 찾아 가계약을 맺었다”며 “아이가 조와 마주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너무 두려워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는데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사 결심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계속 안산에 남으려고 했던 것은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다”면서 “그러나 아이도 힘들다고 하고, 이웃 주민들에 대해 미안함도 커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주민들에게 죄인이 되는 기분이라며 속상해했다.

그는 “주민들에겐 감추고 싶은 사건이 12년째 회자가 되고, 잠잠해질 수도 있는 건데 피해자가 있다 보니 계속 말이 나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두순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A씨는 “조두순이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다면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은 절대 해서 안된다”며 “짐승만도 못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모두 진저리를 떨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가해자는 멀쩡한데 왜 피해자와 주민들이 벌벌 떨고 떠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영이 가족이 이사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모금 운동의 도움이 컸다.

A씨는 “2억원 넘는 돈이 성금으로 들어왔는데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면 이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터전을 버리고 떠난다고 해서 받은 피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떠난 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정감이 드는 곳에서 아이가 받은 상처가 아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2008년 12월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은 오는 12월13일 출소한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