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던 자신을 배려해 준 전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30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이수열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4)씨에 대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씨에게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이씨는 지난 7월 성남시 분당구 전 여자친구 A(33)씨 집에서 A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범행 후 A씨 소유 자동차와 카드,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그는 면허 없이 차를 몰았고, A씨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 당시 직장을 잃고, 잘 곳이 없었던 이씨는 한 달 전 헤어진 A씨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A씨가 집 안 옷방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이씨는 A씨와 다시 교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A씨가 잠자던 방에 몰래 들어갔지만 A씨는 “뭐하는 거냐”며 거부하자 범행했다.

이씨는 범행 후 전남 고흥으로 도주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했지만 추적에 나선 경찰에 체포돼 목숨을 부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누추한 행색에 연민을 느껴 피고인을 집으로 들여 잘 곳을 제공하는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며 “잔혹한 범행 수법과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유사한 폭력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