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민족미술인협회원 10명의 ‘평화에 대한 생각과 주제’를 담아 제작한 만장이 인천민예총 ‘해시’에 전시 중이다. 유튜브에서 인천민예총을 검색하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사진제공=인천민예총

11월 첫 주를 보내는 인천에서는 요즘 ‘평화축제’가 한창이다. 인천의 북단인 강화, 교동과 남쪽 끝인 송도 국제도시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거리공연과 문화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중심가인 구월동에서는 ‘남북교류협력’과 ‘한강하구 중립수역 평화배띄우기’를 논의하는 포럼이 개최되고, 온라인에서는 ‘평화시민 UCC 공모전’과 미술작가들의 만장을 전시하는 ‘평화생각展’이 진행된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2020 인천평화축제 ‘평화주간’> 행사가 오는 6일까지 인천 지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는 인천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첨예한 남북대립의 현장인 인천을 문화예술 축제를 통해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제국주의 침탈과 한국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인천을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미래 동아시아 평화의 허브 도시’로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인천민예총 주관, ‘평화거리공연’, ‘평화시민 UCC 공모전’ 이어져

이번 축제를 위해 사단법인 인천민예총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가 공동으로 ‘인천평화축제기획단’을 구성했다. 인천민예총에서는 특히 음악, 풍물굿, 미술 위원회의 단체 소속 예술가들이 총출동했다. 인천민예총의 네트워크 단체인 풍물패 더늠, 인천 자바르떼, 인천민족미술인협회도 힘을 보탰다.

축제 첫 무대는 강화와 교동 일대에서 펼쳐진 ‘평화 거리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서정숙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의 춤 공연과 임방울 국악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사)우리소리 김경아의 판소리, 장성진의 퍼포먼스, ‘평화의 숨소리’를 연주한 김유호의 대금, 안민수의 ‘평화의 노래’ 공연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인천시민사회 활동가와 회원들이 만든 ‘평화시민 UCC 공모전’도 동시에 진행됐다. 모두 8팀이 참여한 공모전에서는 평통사가 제출한 ‘평화로운 땅 소성리’가 대상을 차지해 6일 열리는 콘서트에서 트로피를 받는다. 출품된 8개 작품은 유튜브(인천민예총)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평화포럼, 인천시의 소극적 남북교류 정책 뭇매

▲ 인천민예총 복합문화공간 ‘해시’에서 3일 오후 개최된 평화포럼에서 남근우 인천연구원 평화도시연구단장이 ‘접경지역 자연생태보전 시민사회 협력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축제 둘째 날인 3일에는 인천민예총 복합문화공간 ‘해시’에서 ‘접경지역 자연생태보전 시민사회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평화포럼이 개최됐다. 이 포럼에서는 남근우 인천연구원 평화도시연구단장이 발제를 맡아 ‘서해평화지대 등 접경지역 남북협력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남 단장은 먼저 인천과 인접한 북한의 산업분포, 경제적 여건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천 옹진, 강화는 북측의 9개 군과 접해있으며, 이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3배에 이르는 규모”라고 밝혔다.

또한 서해공동어로구역 예정지에는 북측 서해지역에서 가장 큰 바다양식 사업소 3곳과 28개 경제개발구 가운데 유일하게 건설 총계획이 공개된 강령 녹색지구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의 무역항 9곳 중 3곳도 인천과 직접 연결 된다.

하지만 남북교류의 핵심 거점인 인천시의 남북교류 정책과 조직, 예산은 타 지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측과 경계를 맞댄 경기도의 경우, 평화부지사를 필두로 평화협력국, 평화대변인 등을 설치해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는 국장급인 평화지역발전본부를 운영 중이며, 접경지역이 없는 서울시도 국장 단위의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인천은 이보다 한두 단계 아래인 과 단위 조직을 설치한 것이 전부다.

 

-경기도, 강원도에 비해 초라한 인천시 남북교류정책

남북협력기금 역시 경기도 388억 원, 서울시 432억 원, 강원도 298억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46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인 고양시가 50억 원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인천광역시는 ‘기초단체에도 못 미치는 한심한 상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남 단장은 “인천은 타 지자체에 비해 가장 소극적인 남북교류협력 정책을 펴고 있는데다, 실행계획마저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요한 지역인 인천의 위상에 걸맞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사례발표 순서에서는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박진영 소청도 국가철새연구센터장, 박태원 연평어촌계장, 장윤주 대청국가지질공원해설사를 화상(ZOOM)으로 연결해 지역 현황과 단체 활동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3일 오후 개최된 평화포럼 사례발표 순서에서 소청도와 대청도, 연평도에서 활동 중인 연구자와 주민들이 온라인 화상(ZOOM)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지역 현황, 단체 활동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5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 포럼에서는 박흥열 강화시민대표가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의미와 평화의 배띄우기 등 NGO 협력방안’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선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강하구 중립수역 민간선박 항행 자유 확보 △서해평화호 상설 운영 △한강하구유역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강화, 교동 평화기행 및 평화교육장으로 활용 △한강하구 평화센터 건립(한강 하구의 평화적 가치 회복을 위한 연구, 조사, 홍보, 시민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조직) 등 시민사회 5대 과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평화생각展, 평화콘서트, ‘평화 축제’ 대미 장식

평화생각展은 성효숙, 이진우 등 인천민족미술인협회원 10명이 ‘평화에 대한 생각과 주제’를 담은 만장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시하는 행사다. 인천민예총 ‘해시’에서 작품을 전시한 뒤 6일 평화콘서트에서 사전 행사 영상으로 선보이게 된다.

축제 마지막 날인 6일에는 이번 축제의 대미를 수놓는 ‘평화 콘서트’가 오후 6시 송도 국제도시 트라이보울에서 펼쳐진다. ‘유니드림 콰이어’의 중창과 경기민예총 음악위원회 ‘내일 노래 올리브’의 노래 공연, 노래패 꽃다지 초대 회장인 가수 김애영, ‘풍물패 더늠’의 대북 공연, 명창 김경아의 판소리,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회원 밴드인 ‘스테이지 포비아’ 등이 5일간 여정을 달려온 ‘평화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평화콘서트를 비롯해 이번 축제 기간 진행되는 모든 행사는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되며, 축제가 끝난 뒤에는 영상 콘텐츠로 제작돼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상시 게시될 예정이다.

/정찬흥 논설위원 겸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