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식 경기 중부취재본부 부국장

“경기(京畿)도라는 이름은 서울 근교 지방이라는 뜻을 가졌지만, 지금은 서울의 변두리가 아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로 명칭 변경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내포된 말이다.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사용해 온 고속국도 제100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9월1일부터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길 이름마저 서울이 중심에 있었다. 반면 경기도는 외곽이었다는 얘기다. 뒤늦게 경기 중심의 이름을 찾아오면서 길에서 도민의 자존심도 되찾았다. 서울의 변두리라는 낙후된 인식을 바꿈으로써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총연장 128㎞ 중 81%인 103.6㎞가 경기도 지역을 지나고 있다. 군포·안양·성남시 등 14개 시, 서울 송파·노원·강동구와 인천 부평·계양·남동구 등 6개 구를 포함해 3개 광역자치단체의 20개 기초자치단체를 경유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가 2016년 4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명칭 변경 촉구 건의안'을 발의하고, 명칭 변경을 추진해 왔으나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

경기도는 민선7기 출범 후 노선이 경유하는 서울시와 인천시 등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에 명칭 개정을 요청했다. 결국 1년 만인 올 6월 국토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최종 통과해 변경 고시 후 3개월 만에 전격 시행됐다.

이 도로는 군포시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자치권 보호 차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1996년 11월 초대 민선 군포시장이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단체행동을 금지한 지방공무원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당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평촌~산본 구간 산본IC 개통일에 관용차와 공무원 20여명을 동원해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집단농성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시민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에 맞선 '위민행정의 충정'이라는 의견과 '중앙정부에서 하는 일에 지방정부가 반기를 든 꼴'이라는 의견으로 평가가 엇갈렸다. 그러나 군포시 측의 입장은 극명했다. 산본IC가 개통되면 차량증가로 교통체증, 소음, 매연 등으로 시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것에 대비해 건설교통부 등에 우회도로 건설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가 묵살당했기 때문이다.

또 1998년 6월에는 도로 구간 내 수리터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6090명이 건설 주체인 도로공사와 시공업체를 상대로 낸 재정사건에 대해 해당 업체가 4억906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1991년 활동 이후 최고액의 배상지급 결정을 내린 것이다. 터널 착공 직후부터 소음, 분진, 진동 등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주민들이 집단민원을 수차례 제기해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환경조정위가 주민 주장에 대해 직접 피해보다 간접 피해 대부분을 인정했다.

한대희 군포시장도 최근 도로명 변경과 관련된 입장을 냈다. 신문 기고를 통해 “인근 지자체나 사회단체, 시민 등과의 충분한 숙의를 통한 협치의 산물”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환영했다. 한 시장은 “해당 모든 자치단체가 개정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하고 결국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지자체간 협치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변화를 통해 수도권의 상생협력은 물론 지방정부 간 존중과 균형을 통한 지방자치 발전을 이루고, 수도권이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성장 동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