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고비 넘긴 유산…지자체 설득 숙제로

문화재청, 역사적 장소 보존 권고하는
협조공문 인천시·부평구에 보내자
시, 등록문화재 활용 계획인 반면
구, 공영주차장 사업 이유로 유보적
▲ 25일 인천 부평구 미쓰비시 줄사택 건물들에 철거 표시가 되어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三菱·삼릉)'의 징용 흔적이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역사적 현장이며 최근 문화재청이 부평구에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을 요청한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제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징용 흔적으로 남아 있는 인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을 주목한 문화재청이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역사적 장소”라며 보존을 권고했다. 철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적극 지원하겠다”는 인천시와 “난감하다”는 부평구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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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시와 부평구는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협조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공문을 통해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소로,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보존·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한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또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라 문화재 등록 등을 검토해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 온전히 보존되고 역사 교육의 장소로 활용돼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각별히 협조해주시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이었던 미쓰비시제강의 흔적이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현장으로 꼽힌다. 줄사택은 당시 공장에서 일한 조선인들의 거주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의 건물에 집이 많게는 10호까지 줄지어 늘어선 형태라서 '줄사택'이라고 불린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수년째 계속된 철거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취약지역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새뜰마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줄사택 부지에 주민공동이용시설, 부평2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잇따라 건립됐다. 현존하는 줄사택 6동 대부분도 공영주차장 예정 부지에 포함돼 있다.

미쓰비시 줄사택을 보존하고 국가 등록문화재로 활용하는 길이 열렸지만, 지자체 반응은 제각각이다. 박찬훈 시 문화관광국장은 “문화재청이 미쓰비시 줄사택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한다면 관련 절차를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평구는 공영주차장 사업을 이유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진섭 구 문화관광과장은 “공영주차장 조성을 추진 중인 부지여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내부 조율도 필요하고, 전문가와 지역주민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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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입장차] 원도심 도시재생, 근대유산 품어야 지난 24일 오후 5시쯤 인천 부평구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일대. 성벽처럼 솟아오른 행정복지센터 공사 건물과 주민공동이용시설에 둘러싸인 줄사택은 고립된 섬처럼 보였다. 줄사택에는 '철거 예정'이라는 빨간 글씨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이날 시민단체인 인천사람과문화가 주관한 '길 떠나는 인천 공부' 답사차 현장을 찾은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는 “철거가 진행되고 빈집이 대부분인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조병창과 미쓰비시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강제동원 사실을 보여주는 현장”이라며 “낡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