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다. 수확을 앞둔 농부가 그러하듯,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차곡차곡 쌓을 일이다. 봄엔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엔 열매를 맺으며, 가을엔 곡식을 거두고, 겨울엔 씨앗을 모으는 자연의 이치를 새삼 느낀다. 만물의 기운을 수렴하고 발산하는 가을을 맞아, 한 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책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책 속에 들어 있는 '금과옥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책이 주는 감흥은 아주 크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사람은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독(多讀)을 권장한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에서 유래했다. 발췌해서 풀어보면 이렇다. 옛 사람은 세 해 겨울 독서에 자족했는데, 그대 젊은 나이에 만여권을 읽었구나.(古人已用三冬足, 年少今開萬卷餘.) 맑은 하늘 집 위엔 뭉게구름 덮이고, 가을 물든 섬돌 가득 도리로 넘치네.(晴雲滿戶團傾蓋, 秋水浮階溜決渠.) 부귀는 반드시 부지런히 힘써야 얻고, 남아는 꼭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하지.(富貴必從勤苦得, 男兒須讀五車書.)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요즘 이런 교훈은 옛 일로 치부된다. 어디 '만권의 책'이 가당키나 하나. 물론 그렇지 않은 이도 있겠지만, 대개 '바쁘다'는 구실로 책을 멀리한다. 최근 국내 조사에서도 '책 안 읽기'는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를 보면, 어른들의 독서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과 초등학생(4학년 이상) 및 중·고교생 3000명을 대상으로 '2019년 국민 독서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다.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6.1권으로, 2017년에 비해 2.2권 줄었다. 책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책 이외 다른 콘텐츠 이용'(29.1%)이었다. 학생들에게선 '학교나 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2017년과 마찬가지로 제일 많았다.

인천에선 그래도 우리에게 '책을 보라'고 재촉하는 행사가 이어진다. '동네 서점' 축제 한마당을 펼쳐 관객들을 불러 모은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트라이보울은 기획전시 '선셋서점'을 열고, 개성 있는 인천의 서점 8곳을 소개한다. 이들을 포함한 24개 동네 책방은 '마켓'을 벌여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축제는 25일부터 31일까지 송도 트라이보울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여기선 작가와의 만남, 서점 운영 경험, 가수 공연 등의 장을 마련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책을 펴서 읽으면, 결국 이로움을 준다는 말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이 가을엔 서점에 들러 책을 찾아 보면 어떨까. 분명 '좋은 일'이 기다릴 터이다. 가을걷이를 한 후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듯, 책 속에서 알짜 지식을 거둬들여 '인생의 길'을 밝게 비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