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중심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근 지역에서일수록 그 지역의 경제적인 동력이 중심지로 유출되기 쉽다는, 이른바 ‘역류효과(backwash effect)’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중심지에 인접한 지역의 소득, 자금, 인재가 중심지가 갖는 그 거대한 경제적 흡인력에 의해 대거 유출돼버린다는 의미다. 뉴욕 인근에 있는 뉴저지의 여러 도시가 그러하고, 도쿄 인근의 요코하마나 치바도 그러하며, 베이징과 가까운 텐진 역시 그러하다. 수도(首都)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역외 유출로 인해 되레 지역의 피폐화가 초래된다는 것.
우리 인천은 그간 이와 같은 ‘역류효과’로 인해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현저한 역외 유출로 경제적 동력을 잃은 전형적인 도시였다. 2017년 기준 인천의 역외소비율은 전체 소비의 무려 52.8%에 달해, 경기 44.9%, 부산 44.7%, 대전 47.3%를 크게 웃돌았다.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서울과 인접해있는 또 다른 지역인 경기도에 비해 인천의 역외 유출은 더욱 심각했다. 이 점을 고려해서 볼 때, 그간 인천의 지역경제 정책은 타 도시들에 비해 역내소비를 확대시키고 역외소비를 줄이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듯이, 지금껏 인천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자본을 대규모로 끌어들여 이른바 ‘개발’을 통한 낙수효과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사업체의 인천 내 조달률이 20%가 되지 않고 있고, 대규모 토목공사였던 인천대교 건립사업이 인천 내 건설회사에 대한 하도급 수주로 연결되지 않았던 점이 보여주고 있듯이, 개발에 무게중심을 둔 토목공사형 경기 진작책은 인천 안으로의 재투자를 담보해내지 못 하고 개발에 의해 창출된 부가가치나 소득은 인천 밖으로 유출돼 왔다. 안 그래도, 비서울권 지역들의 경제가 피폐화되고 있는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인천의 경우 역내 경제적 동력을 확보하고 또 이를 지역 안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인식하지 못했다. ‘명품도시’니 ‘경제자유구역’이니 하며, 외국으로부터 또 외부로부터 자본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지, 그 자본에 의한 지역 내 경제 동력의 유출 현상은 인지하지도 또 막아내지도 못했다. 이른바 ‘경제자유구역 만능론’이 지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인천에는 지역경제를 떠받칠 소비가 대거 빠져나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조달 역시 역외 이입으로 충당되는 경우가 많고, 나아가 인천의 금융기관에 축적된 자금 역시 인천 밖으로 투융자되고 있었으니,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리 만무했다.
그런 파행적인 경제구조에 빠진 인천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역화폐 ‘인천e음’을 지역경제 정책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따르면, 2019년 1월에서 4월 사이에 무려 59.3%에까지 달했던 인천의 역외소비율은 인천e음 도입 이후인 같은 해 5월에서 12월 사이에는 58.9%로 하락했고,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인천e음 도입 이후에 인천 시민들의 서울과 경기도에서의 역외소비는 359억 원이나 감소했다. 반대로, 인천e음 도입 이후에 서울과 경기도 시민들이 인천에서 소비한 액수, 즉 역외소비 유입은 634억 원이나 늘어났다. 필자의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특히 지역화폐 정책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인천 서구의 경우, 지역화폐 ‘서로e음’ 도입 이전에 서구 밖에서 소비했던 액수가 월평균 105만 원이었던 것이 서로e음 도입 이후에는 약 41만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렇듯, 인천의 지역화폐는 인천 지역경제 최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역내소비 유출을 크게 줄였다. 지역화폐의 지역경제적인 최종목적은 지역 소비(역내소득)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인천e음 그 소기의 성과를 분명히 달성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와 영국 랭커셔주 프레스턴이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지역의 소득, 조달, 자금과 같은 도시의 경제적 동력(community wealth)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도시 내 지자체, 여타 공적기관, 대학, 병원 등과 같은 앵커기관들의 지역 내 재투자를 유도해내는 데 성공하면서 자기 완결적인 지역경제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피폐화되고 있는 지역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지역순환형 경제’로 가는 길밖에 없다. 지금,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이 이를 모색하고 있다. 지역화폐 인천e음은 그 출발점이다. 이제, 역내 소비뿐만 아니라 은행의 자금도 지역 안에 투융자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조달 역시 지역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지역 금융정책과 지역 산업정책까지 구상돼야 한다. ‘인천e음’은 그 정책 인식의 토대를 마련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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