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부터 44년간 줄타기 한길 걸어
전국서 온 14명 후학들 교육 매진
과천에 전수관 건립이 유일한 소망

관악산 아래 자리 잡은 과천시 야생화 자연학습관 내 줄타기 학습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한바탕 신명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줄광대가 작수목에 매달린 줄을 타며 쉬~하고 반주를 그치게 한 뒤 갖가지 춤과 소리, 기예, 재담을 늘어놓으며 관객들과 소통한다.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예능 보유자인 김대균(53·사진) 씨의 줄타기 전수 학습장의 모습이다.

20대 중반의 청년 1명과 초등학생, 중학생 등 4명이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곳 교육장에서 줄타기 교육을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등 전국에서 현재 14명이 김씨에게 전수 중이다.

“줄타기는 고도의 정신집중을 해야 합니다. 오로지 부채 하나로만 중심을 잡으며 하늘로 뛰어오르기 때문에 잠시도 정신 줄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가끔 큰 소리가 나오곤 합니다.”

우리나라 줄타기의 유일한 장인 김대균씨는 초등학생 시절인 9살 때부터 줄타기를 시작했다. 부모가 용인민속촌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줄타기를 접하고 배웠다.

엄하게 지도해준 스승 고(故) 김영철 선생 덕분에 15살 어린 나이에 첫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44년간 오직 줄타기 한길을 걸어왔다.

“당시 선생님이 과천시 갈현동 찬우물에 살았는데, 전국에서 많은 학생이 몰려와 지도를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과천으로 이사와 살게 됐습니다. 과천이 줄타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줄타기와 전통 민속 문화의 보존과 전승, 대중화를 위해 1991년 '줄타기 보존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또 일제 강점기 이후 사라졌던 줄타기 판줄의 원형도 복원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공연이 없다 보니, 요즘은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중이다.

그의 유일한 소망이라면 이곳 과천에 줄타기 전수관이 건립되는 것이다. 전수관을 통해 줄타기 상설공연은 물론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소중함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줄타기가 현대화 문명을 맞으면서 대중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요즘은 줄타기 교육에 대한 문의, 특히 초등학생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달라진 세태에 환하게 웃었다.

/과천=신소형 기자 ssh28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