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토 평화'를 위해…으라차!
▲ 號(이름 호)는 호랑이(虎호)도 제 말(_호) 하면 온다는 속담에 알맞다. /그림=소헌

13세기 초 세계를 정복하다시피 한 몽골제국은 고려를 굴복시키려고 30년 동안 싸움을 걸어왔다. 우리가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에 왜구(倭寇_일본 도적놈)들은 남해안에 침범하여 민생을 어지럽혔다. 고려는 이름을 원(元)으로 고친 몽골과 연합하여 흉악한 짓거리를 일삼는 일본을 토벌하고자 하였다. 려원연합군은 두 차례에 걸쳐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바다를 건너가려 하였으나 도중에 만난 태풍으로 인해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것을 두고 일본은 가미카제(神風_신이 도와 일으킨 바람)라고 불렀다.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일제는 연합군의 항공모함에 궤멸을 당하자 소형비행기에 폭탄을 실은 후 조종사가 동체와 함께 함대에 부딪히는 자살특공대를 조직했는데, 일본 군부는 그들을 가미카제 특공대라고 덧칠을 했다. 이때 외쳤던 광기狂氣어린 출전구호가 바로 빠이또(파이팅)이다.

반민구호(反民口號) 제 민족에 반역하거나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구호를 말한다. 세상 어느 나라에 이런 구호가 있겠나 싶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가 그러하다.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할 때나 형제끼리 운동을 할 때, 친구나 연인들의 만남을 응원할 때도 파이팅이다. 누굴 그리 쳐죽이려 하는가? 영어 fight는 ‘적과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다’는 뜻으로, 콩글리시 fighting(파이팅)은 싸움_전투_논쟁을 의미한다. 지금 일본인들조차 ‘빠이또’는 쓰지 않고 그들의 언어 간바레(頑張れ)로 한다.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go’나 ‘cheer up’을 쓴다.

 

口 구 [입(사람). 주둥이(동물) / 말하다]

①제부수 글자 口(구)는 입이나 사람과 관련된 뜻은 물론 네모진 형태를 활용하여 물건이나 출입구 등 넓은 의미로도 쓴다. ②口(구)가 옆으로 둘 모이면 _(부르짖을 훤)이고, 위아래로 둘 모이면 _/呂(등뼈 려)가 된다.

 

號 호 [부르짖다 / 이름 / 명령]

①공교하다(_교)는 것은 솜씨나 꾀가 재치 있다는 뜻이다. ②이름이나 부호를 뜻하는 _(부르짖을 호)는 號(호)의 속자이면서 간체자로 쓴다. ③號(호)의 원뜻은 호랑이(虎호)가 사납게 부르짖는(_호) 소리인데 ‘명령을 내리다’는 뜻으로 확대되었다. ④호랑이(虎호)도 제 말(_호) 하면 온다는 속담에 알맞은 글자가 號(이름 호)다.

광복 후 24일이나 지난 9월 9일이 돼서야 조선총독부에 걸려 있던 일장기를 내렸다. 이로써 35년간 일제의 식민지배는 종식됐다고 모두가 기뻐하였다. 그러나 곧바로 올라간 것은 성조기였다. 한강토는 ‘임자 없는 땅’이 되었고 이날로부터 미군정은 남쪽을 분할 점령하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광복 후 진행한 조선의 자치정부 수립 노력은 미군정으로 인하여 완전히 말소되었고 그렇게 75년이 흘렀다. 지난주 미국에 갔던 국방부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찾아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리어 주한미군 방위비와 미국산 무기구입비를 올려달라는 청구서만 잔뜩 안고 돌아왔다.

‘파이팅’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맞이하자는 이념을 정면으로 들이박는 구호다. 아자, 얼쑤·절쑤(얼싸_절싸), 어여차, 으라차 등 구호가 많다. 그중 ‘으라차’는 줏대가 되는 정신으로서 내면으로부터 힘을 내어 함께 이루자는 민족자존이 담긴 결정체다. ‘한강토’는 친일청산이요 ‘으라차’는 숭미청산이다. 하루라도 빨리 일제가 남긴 미제를 추종하는 쓰레기 구호 ‘파이팅’을 없애 진정한 광복을 누리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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