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남직업능력개발원장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이시며, 멘토이신 어머니! 구순(九旬)에 백발이 무성하고 허리가 나날이 굽어지는 모습에 한없이 죄송하고 은혜롭기 그지없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이라도 쉬시지 못하고 오로지 자식 걱정으로 생을 마치는 그런 거룩한 존재이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그런 존재이시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사랑을 줄 뿐 아니라 자식 인생 항로에 별과 같은 나침판이 되어 주신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나의 어머니는 그 어려운 보릿고개 시절에 돼지를 키워 생계를 꾸려 나가셨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이집저집을 돌아다니며 낡은 리어카에 냄새나는 뜨물(음식 찌꺼기)을 실어 나르곤 하셨다. 지금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들어 생각하면 어머니에게 얼마나 죄송한지 가슴이 무척이나 저미어 온다.

영원히 잊지 못할 어머니의 잔소리는 한 중년의 직장인으로서의 삶에 그리고 자식을 둔 한 가장으로서의 삶에 있어 정신적 철학이 되어 주신다. “청렴한 세상에서 더 청렴한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 때문이다. 어머니는 항상 “남에게 해(害)가 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라고 지금까지도 잔소리를 하신다. 그 잔소리가 바로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을 견디어 온 힘의 원천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일관되게 말씀하시는 자장가 같은 이 잔소리를 '기본과 원칙'으로 요약하고 싶다. 왜냐하면 남에게 해가 되는 것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의 뜻은 반대로 공동체에서 항상 이로운 사람, 필요로 하는 사람, 항상 이웃에 득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도덕성이고, 그 도덕성의 행위가 바로 기본과 원칙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기본과 원칙의 끊임없는 합의에 의해 변화를 추구해 왔다. 이것이 변화의 원동력이다. 기본과 원칙은 인간 공동체의 실존적 생명줄이다. 그래서 사회는 더욱 건전한 사회를 갈구하고 또 행복한 사회를 위해 모두가 미래의 희망을 갖고 진화를 거듭해 왔다.

기본과 원칙으로 인해 세상은 스스로 정화 역할을 한다. 세상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기본과 원칙의 블랙홀로 빨아들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발전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공동체에서 살아가면서 남이 손해를 보든 말든 해가 되는 일을 서슴지 않는 것은 항상 기본과 원칙을 벗어난 것이 원인이요, 세상의 근본을 벗어나면 본인에게 반드시 사필귀정으로 이롭지 못한 결과를 낳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어머니의 그 짧은 잔소리가 오늘날까지 당당하게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나를 인도해 주었다. 작금의 세상! 각종 비윤리적 행동, 부도덕한 행위, 부정부패 등이 가시는 날이 없이 새롭게 나타나는 것은 기본과 원칙의 끊임없는 합의의 과정을 시민의식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철학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축적된 지식에만 의지한 채 기억을 끄집어낼 뿐 무엇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진정한 마음의 '생각'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청렴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도 그리 난해한 것도 아니다. 기본과 원칙의 일관된 삶의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