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2025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종료. 이젠 더 버릴 곳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버린 쓰레기를 감당해온 인천. 3-1매립지를 마지막으로 수도권 매립지 운영을 종료합니다.”인천시가 제작한 광고 내용이다. 여기엔 아찔한 그림이 절박함을 강조한다. 수평선 너머 노을 지는 해안 절벽에 쓰레기를 가득 싣고 온 수거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장면이다. 가상의 현실을 그래픽으로 처리했다. 시는 이달 초부터 인천지하철 1·2호선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통해 이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요즘 여러 지방신문 제호 옆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란 조그마한 박스광고가 실린다. 자치단체에서 신문 아래에 단발성 광고를 싣는 건 흔하지만, 이렇게 신문 제호 옆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보내는 일은 아주 드물다. 인천시 '경고'에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인천시의 속내는 착잡하다. 시는 우선 자칫하다간 서울·경기지역 쓰레기를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을 걱정한다. 5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부와 서울·경기 요청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 기간 연장에 합의했다. 시는 1992년 개장(서구 백석동) 이후 수십년간 주민들이 환경 피해를 보고, 지역 투자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해 2016년 사용 종료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환경부·인천·서울·경기 등 '매립지 4자 협의체'는 현 매립지의 3-1공구(103만㎡)를 추가 사용하기로 2015년 합의했다. 시는 어쨌든 이번엔 다시 연장하지 않고 2025년에 반드시 매립지 사용을 끝내겠다는 방침을 굳힌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부·서울시·경기도의 태도다. 이들은 느긋하다. 인천처럼 다급하지 않다. 4자 협의체 합의에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서다. 매립 용량을 고려할 때 2040년까지도 쓸 수 있는 규모다. 시가 골치를 앓는 이유다. 그럼에도 시는 앞서 광고에서 보듯, 2025년 매립지 종료를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시는 지난 13일 열린 시민시장 대토론회에서도 인천형 뉴딜 대표 과제로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을 첫 번째 일로 꼽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를 반영하듯, 지난 15일 인천애뜰 광장에서 열린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위한 시민 공동행동 발표' 행사에서 '쓰레기 독립'을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 정작 쓰레기는 남의 땅에 버리는 서울·경기의 이중적 행태를 나무랐다. 맞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제 쓰레기를 각자 발생지에서 처리해야 마땅하다. 단서 조항만 믿고 인천을 외딴 데로 내몰면 안된다. 그동안 인천시민들이 겪은 갖가지 환경 피해를 외면하지 말기를 촉구한다. 시민들도 하나로 힘을 모아 굳건한 시의 방침에 화답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