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순 북한노동연구자

지난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온 국민은 열광했다.

당시 판문점선언에서는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남녘과 북녘의 지도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분단선을 넘어 갔다 북으로 갔다가 다시 남으로 오가던 그 장면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왜 종전선언은 지켜지지 못했는가? 판문점합의나 9•19 군사합의 철저한 이행을 국회가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종전선언을 현실화하는 법적인 절차들을 밟지 못하였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군사비를 매년 20% 넘게 증액하고 있으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UN화상연설에서 강조한 종전선언에 대해 지금도 소위 야당의 지도자가 나서 “종전선언은 대한민국의 종말을 부를 것”이라는 망발과 극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종전선언은 그저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했나 하는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제 종전선언의 실천은 대통령이나 최고수반의 선의에 믿고 맡겨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종전선언= 대한민국의 종말'이라는 사람이 야당 지도자로 군림하는 국회는 말해 뭣하랴. 2020년 7월27일부터 시민사회와 종교계에서 시의적절하고 꼭 필요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캠페인은 “한국전쟁을 끝내고 휴전에서 평화로 나아가자”는 목소리를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확산해 나가는 국제 캠페인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행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전세계를 향한 시민사회의 종전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한반도의 구석에서 울리는 작은 목소리에 주목하며 나 자신의 종전평화선언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 우리 시민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2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나는 북녘에 사는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남녘의 작은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과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종전선언이 아닐까 한다. 사실 대통령만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나 지도자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민 한사람의 소박한 울림이 담긴 진정한 종전선언이 세상을 바꾼다.

여기 북한의 한 시민에게 보내는 남한 시민의 편지가 있다. 시민 한 사람의 일상을 담은 편지이다. 정치적인 것도 없고 사상적인 논쟁도 없다. 그저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했으며 아파트 주변에 쓰레기를 내놓는 방법이 바뀌었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가 오토바이를 발견했는데 그 뒤로 경찰차가 따라갔지만 결국 못 잡더라는… 사소하고도 작은 일상의 수다이다. 발단은 부산의 한 작은 민간단체에서 비롯되었다. 북한으로 편지 보내기 실천운동을 펼치는 '화해협력통일에 이르는 편지쓰기 운동본부'이다.

어제 저녁 한 탈북청년은 전화통화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덟 살에 부모를 잃었을 때 자신은 온 세상을 잃었다고 생각했다고. 그래서 북한의 권력자들이 정말 미웠다고. 그래서 북한인권단체도 들어가 활동했지만 이제는 미움을 내려놓고 살고 싶다고. 거기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갑자기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게 '작은 자들의 종전선언'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은 이렇게 바뀌는 거구나. 우리도 종전선언을 해보자. 대통령의 종전선언도 중요하지만 나의 종전선언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리라. 보고 싶은 북녘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한번 띄워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