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뻐라짓 뽀무 외 34명 지음 모헌 까르끼·이기주 옮김 삶창 260쪽, 1만2000원

 

꿈은 꿈으로 이어지다가

전쟁터에서 삶이 폭발되듯이

유리처럼 깨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지우개를 들고 있는 염라대왕은

꿈이 가득한 삶 하나를

서둘러 지우려고 부릅뜨고 있다

팔자는 다만 핑계일 뿐이다

꿈들이 삶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꿈은 살인자가 되고

그런 꿈을 나도 한국에서 꾸고 있다

-수레스싱 썸바항페의 <꿈> 일부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를 묶은 시집이 발간됐다.

출판사 삶창이 펴낸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에 이주노동자 25명이 시를 썼다.

지금가지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한국의 활동가들에 의해 대신 전해지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들이 직접 자신의 내면과 삶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의외지만 그걸 시로 표현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한국에서의 노동자 생활에 대한 단순한 고발이나 항의를 넘어서 고된 노동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전체적인 시의 기조이지만 여기서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공통된 정서를 간파할 수 있었다. 바로 죽음이다.

이들은 노동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의식하고 있었고 이 두려움을 시적 표현으로 토해낸다.

하루는 삶에 너무도 지쳐서

내가 말했어요

사장님, 당신은 내 굶주림과 결핍을 해결해주셨어요

당신에게 감사드려요

이제는 나를 죽게 해주세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알았어

오늘은 일이 너무 많으니

내일 죽으렴

-러메스 사연의 <고용> 일부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