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스웨덴의 어린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이다.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주를 위시해 오레건주와 위싱턴주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수십군데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져나가면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기록적이었다. 지난 8월 중순부터 남쪽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9월 초 오레곤주와 워싱턴주에서 연달아 발생해 1만5000여명의 소방관이 동원되어 진화작업에 임하고 있으나 수십명이 사망하고 마을 전체가 없어진 곳도 여러 곳이며 10% 이상의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5백만 에이커(우리나라 면적의 20%)가 잿더미로 변했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미국 서부지역만 산불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린랜드와 북극의 빙하와 만년설이 급속도로 녹아내려 북극곰이나 수달, 물개, 바다코끼리 같은 야생동물들이 삶의 터를 잃고 남극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와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황폐해지고 미국 남동부에서는 허리케인이 빈발한다. 우리나라도 금년들어 최장기간의 장마와 연속되는 태풍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곳곳에서 이상기온과 천재지변이 계속되자 과학자들이 모여 국제회의를 통해 기후문제를 논의한 첫번째 모임은 1979년에 개최되었다. 당시 조선일보 파리특파원이었던 필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취재했고 1997년 일본 교토에서 38개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결의를 현지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2015년에는 파리에서 기후협약을 채택했으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이행하는 데 실패하고 미국 등 몇 나라가 탈퇴하여 위기에 봉착해 있다.

▶얼마전(9월20일) 뉴욕타임스는 서부지역에 상주하는 챠리 와르젤 논설위원의 '미국은 불타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재 지구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끔찍한 기후변화를 체험하면서 지내고 있으며 죽어가는 지구의 비극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절규했다. 이어 “미국 서부지역만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를 겪는 것이 아니라 태풍과 홍수, 그리고 지진 같은 재해와 사라지는 빙하와 해수면 상승을 직시하면서 비상사태를 자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