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12월27일까지 아트스페이스서
빛과 시공간 관계 탐구한 '그것은 무엇을 …' 선봬

7개국 작가 10인 회화·설치·미디어 작품 통해
'빛' 흐름에 따른 사회적 가치·관념의 변화 전달
▲ 박기원 작가의 '밤공기'. /사진제공=수원시립미술관

 

빛이 시공간과 결합하면 어떤 경험을 제공할까. 빛이 인간의 사유를 어떻게 이끌어 내고, 공동체의 메시지와 만나면 어떤 의미로 확장될까. 세상을 밝히는 빛을 다각도로 해석한 빛에 관한 전시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기획전 '그것은 무엇을 밝히나'를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2월27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개최한다.

전시 제목 '그것은 무엇을 밝히나'에서 '그것은' 빛을 나타낸다. '무엇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와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 의식, 관념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존재와 인식의 근원이자 깨달음, 희망을 상징하는 빛이 대상을 어떤 시각과 입장으로 어떻게 '밝히나'를 탐구한다.

7개국 동시대 작가 10인은 빛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빛'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개인적·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새로운 의미를 가진 모습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총 20점의 작품이 빛의 맥락에 따라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됐다.

첫 번째 섹션 '시공간을 확장하는 빛'은 빛과 시공간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전시장은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검은색 화면과 빛으로 가득한 공간이 교차된다.

피터 무어(Peter Moore)의 '필름을 위한 선'은 1965년 '뉴 시네마 페스티벌 I'에서 백남준이 자신의 작품 '필름을 위한 선'(1965)을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하던 뒷모습을 찍은 사진 작품이다. 피터무어의 사진 작품에서 33세의 젊은 백남준을 만날 수 있다. 우종덕의 영상 '디지털을 위한 선'은 백남준의 '필름을 위한 선'을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내러티브로 구성한 작품이다.

박여주 작가의 신작 '레드 앤 그린 터널'은 적색과 녹색의 빛으로 채워진 방이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하나의 통로를 이룬다. 두 색의 교차는 구조물에 터널과 같은 공간감과 깊이감을 더한다. 관람객은 적녹색의 비현실적인 공간이 일으키는 착시 현상으로 인해 또다른 세계에 와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두 번째 섹션 '사유의 매개로서의 빛'은 보이는 빛을 넘어선 몸으로 느끼는 파동에 관한 전시이다. 눈에 보이는 빛의 영역을 넘어 파동으로서의 빛을 소재로 빛의 근원적인 성격에 관한 주관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싱가폴 작가 던 조이 렁(Dawn-Joy Leong)은 자폐증을 가진 이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보여준다. 대만 작가 영타 창(Young-Ta Chang)은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가이거 계측기 120개를 활용한 작품 '작곡 없이' 시리즈를 선보인다.

박기원 작가의 '밤공기'는 달 밝은 밤, 자연 속 고요하고 적막한 밤 풍경의 아늑함을 절제된 형식으로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섹션 '공동체 메세지를 전하는 빛'은 빛을 매개로 각자가 속해 있는 사회적인 현실 사건들을 표현했다.

정정엽 작가의 '3만개의 별-제주 4.3'은 제주 4.3 사건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1947년부터 1954년까지 그 당시 제주 인구 10퍼센트에 해당하는 3만명의 희생자에 대한 기록을 캔버스에 담았다.

인도네시아 FX 하르소노(FX Harsono)의 '잠든 뼈들의 기념비'는 1947년 인도네시아 블리타 지역에서 벌어진 대학살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담긴 멀티플렉스 나무상자 203개로 구성된 설치작품이다. 전시 관람은 1일 4차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전시 관련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박현정 기자 zoey05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