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유동수 시당위원장과 독대
소각장 놓고 격론 … 설득 과제 떠안아

폐기물 소각장과 자체 쓰레기 매립장 확보라는 난제에 직면한 박남춘 인천시장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과 극비리에 회동을 가졌다. 유 위원장 취임 인사차 마련된 당정 협의에선 자원순환 정책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서울시·경기도에 '수도권매립지 종료' 입장을 전달한 인천시는 지역 정치권 설득이라는 과제도 떠안았다.

인천시는 지난 26일 시청에서 비공개 당정 협의를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배석자 없이 박남춘 시장과 민주당 유동수(계양구갑) 국회의원, 오흥석 시 교통환경조정관 등 최소 인원만 참석했다. 당초 시는 수도권매립지 정책을 놓고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추석 연휴 이전에 당정협의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최근 시당위원장에 취임한 유 의원과 박 시장의 독대로 대체한 것으로 풀이된다.

2시간가량 진행된 당정 협의에선 덕담을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과 유 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이지만, 소각장 확충이 첨예한 지역 현안으로 불거진 까닭이다. 유 위원장은 이날 인천일보와의 통화에서 “소각장은 단순히 지역 문제로 풀어갈 사안이 아니다”라면서도 “인천시장 입장에선 강경하게 가는 게 맞지만, 시당은 시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정치적으로 풀어갈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를 선언한 시는 소각장과 자체 매립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2015년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가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며 “환경부의 직매립 금지 법제화 결정으로 소각장 건설은 전국 공통 필수사항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유 위원장 지역구 인근 계양테크노밸리뿐 아니라 청라국제도시 등지에선 소각장 반발 여론이 뜨거운 상태다.

유 위원장이 소각장을 놓고 박 시장과의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수도권매립지 정책에도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시는 환경부·서울시·경기도에 “수도권매립지를 연장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수도권매립지 종료'라는 강경 노선을 고수하려면 소각시설 확충을 통한 자체 매립지 조성이 필수적인데, 지역 정치권 협조 없이는 실타래를 풀기가 어렵다. 시 수도권매립지매립종료추진단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제동 없이 만드는 데만 4~5년이 걸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순민·김은희 기자 smlee@incheonilbo.com